풍수애호가들 중에서 부자들은 명 풍수에게 많은 돈을 주고 천하의 명당을 소개받아 조상의 묘를 쓰거나 집을 지어 그 땅의 좋은 기운으로 대대로 부귀를 누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주 연재에서 용상팔살좌를 설명하였는바, 이것은 세상의 악인을 위해 자연이 만들어 놓은 함정이라고 풍수고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소개하였다. 우리나라 구전 중에 명당 터를 얻으려면 3代가 적선을 해야 얻어진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보아 하늘에서 조건 없이 아무에게나 좋은 땅을 선물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적덕(積德)의 공(功)이야말로 명당 터를 얻을 수 있는 첫 번째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적 덕의 공이 없는 부자들은 의심이 많아 어떤 풍수사도 믿지를 못한다. 이 풍수, 저 풍수를 찾아 자문을 구하나 같은 대답을 얻기는 어렵고 결국은 본인이 결정하거나 언변술이 화창한 사이비 풍수사의 꾀임에 속아 일을 그르치게 된다. 자연의 지세가 겉으로 보기엔 명당길지로 보이나 땅속에는 수맥이 흐르거나 물(水)기가 많은 지역이 있고 또한 집이나 묘의 좌향을 잘못 잡아 천기(天氣)의 부조화로 각종 질병이나 사회생활의 어려움으로 허덕일 수가 있다. 흔히들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말을 쓰고 있다. 이 용어가 사회생활에서는 당연시 되어 통과될지 몰라도 2차적으로 자연이 그 사람을제재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3代 부자 없고 3代 거지 없다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충북 괴산의 제월리에는 두기의 묘가 바짝 붙어 이상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있다. 사연인 즉, 위쪽에 있는 묘는 모 기업의 회장인 K씨의 고조부 묘소이고, 아래쪽은 Y씨의 조상 묘지이다. K씨의 조상은 대대로 Y씨 집안에서 머슴살이를 했는데 K씨 부친은 대단히 부지런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주인댁의 선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다가 명당터를 발견하고 집 주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사정이 생겨 증조부의 묘를 이장해야 하는데 주인댁의 선산에 묘를 좀 쓰게 해 주십시오” 주인은 평소에 부지런하고 착한 머슴이라 별 생각 없이 허락을 하였다. K씨는 그곳으로 이장을 했고 그때부터 발복이 시작되었다. 한 아들은 사업으로 성공하고 한 아들은 중앙정보부의 간부까지 되어 주인의 위세를 훨씬 뛰어 넘었다. 뒤늦게 그 터가 명당임을 알아챈 주인은 다른 곳으로 이장해가라고 요구하자 법정소송으로까지 번지게 되고 K씨 측은 동네노인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유리한 증언을 얻어냈다. 증언의 내용은 “과거 K 머슴이 Y주인에게 묏자리를 청하자 Y씨가 흔쾌히 승낙을 했다는 말을 어릴 적에 들었다는 것이었다.” 재판결과 K씨에게 묘지에 대한 기지권이 인정되었고 억울한 Y씨는 궁리 끝에 K씨 고조부 묘의 아래쪽에 바짝 붙여 자기의 조상 묘를 이장했다고 한다. 결국 머슴의 발아래에 자기의 머리를 내민 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