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란의 계절이 돌아와, 먼 산 뻐꾸기 종일 울어대다채송화 까만 발톱 깎아주고맨드라미 부스럼 살펴보다누워 있는 아내의 입은 더욱 가물다혀가 나비처럼 갈라져 있다오후 한나절 게으름을 끌고 밭으로 나갔으나牛角의 쟁기에발만 다치고 돌아오다진작부터 곤궁이 찾아온다 했으나마중나가진 못하겠다개들 고양이들 지나다니는무너진 담장도 여태 손보지 않고찬란한 저 꽃밭에 아직 생활의 門도 세우지 못했으니비는 언제 오나?얘야, 빨래 걷어야겠다바지랑대 끝 뻐꾸기 소리 다 말랐다※ 시 감상저 꽃밭에 아직 생활의 門도 못 세운 당신은 隱者이다. 당신이 그립다. 게으름을 질질 끌고 다니는 당신을 만나 천천히 막걸리 한 사발, 바지랑대 끝 뻐꾸기 소리 다 마를 때까지, 아주 천천히 나누어 마시고 싶다. 채송화도, 맨드라미도, 아내의 혀마저도 바싹 마른 각질이니 진작부터 찾아 온 곤궁도 제풀에 지쳐 발만 다치고 떠나가리라. 탁란의 계절이 돌아와 山海經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얘야, 얘야, 당신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牛角의 쟁기에 발 다치지 않고 옥수수 잎사귀에 묻은 아침 이슬 닦아주고 돌아왔다. 그러나 난, 그러므로 난 아직도 뻐꾸기 울어대는 먼 산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