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려면 각오부터 단단히 해야 합니다”귀농후 4년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지난 4월 고경면 도암리에서 600평의 포도농사를 새로 시작한 김영환씨(70).
그는 “귀농 이듬해부터 3년 계약으로 남의 밭에서 고추와 가지, 콩을 재배하면서 적자만 보면서 고생만 실컷했다”며 귀농 생활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그는 지난해 1년동안 400여평의 밭을 임대해서 MBA포도를 시험 재배해 본 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포도농사에 뛰어들었다.
귀농 여유자금 반드시 필요서울에서 사업으로 벌어놓았던 자금으로 3년 이상의 귀농정착 기간을 버터 냈다는 그는 “젊은 사람들은 생활비에다 자녀 교육비까지 부담하느라 견뎌내지 못하고 역귀농하는 사례도 여러번 보아왔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도시민들이 귀농을 결행할 때는 여유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선배 귀농인 자격으로 강조했다.대구 출신인 그는 군 전역후 40여년동안 서울에서 로또 및 토토가게 등 상업활동을 하다가 2012년 친척들이 살고있는 영천으로 귀농했다.귀농하면서 구입한 토지는 다른 농가에 세를 주고 고경면 도암1리에 셋집을 얻어 2013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지도 임대였다.부부가 함께 영천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100시간씩 귀농교육도 받았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방식 등을 배우며 면사무소에서 실시하는 포도와 복숭아 등 과일 재배교육에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전국 각지의 복숭아밭이나 사과밭을 찾아가 현장실습까지 다니며 귀농교육을 받을 때는 재미있었다고 한다.
귀농초기 3년 계약재배 ‘적자’“귀농 이듬해부터 3년 계약으로 남의 밭에서 고추와 가지, 콩을 재배하면서 적자만 보면서 고생만 실컷했다”는 그는 “고추 3천포기와 가지 5백 포기에다 콩도 600평이나 심은 것이 농사초보자의 과욕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농사라고는 생전 처음 지어보는 입장에서 고추와 가지의 시세(가격)가 하락하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으며 3년동안 큰 고생만 하고 생활비도 건지지 못했다. 1년 생활비 1천5백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가지의 경우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동안 수확할 수 있기에 시세만 좋다면 재미 있었을텐데 농작물 값이 너무 헐값이라 적자만 봤다.그동안의 수고가 헛고생이 돼버렸다는 허탈감에 힘이 빠졌다. 3년동안 10Kg 한박스에 딱 한번 1만원을 받았을뿐 매번 5천원대로 판매하는 바람에 적자를 면치 못했다. 농협 출하비용에다 운반비, 박스비까지 1천원씩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는 것.“서울 태생이라 쌀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는 부인 한명자씨(67)는 “고추 접붙이기나 김매기등 서툴렀던 모든 농사일이 너무 힘들었다”며 귀농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그녀는 한때 농약값은 비싼 반면 고추나 가지 시세가 너무 헐값이라 고생만 엄청 하는 바람에 서울로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했었다고 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포도재배 시작그러나 이들 부부는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3년을 버텨냈다. 벌어놓은 돈을 까먹는 세월이었지만 농사에 눈을 떠가는 과정이었다며 3년 계약기간을 채우고 도암 2리 현재의 집을 구입해서 이사오면서 지난해부터 직접포도재배에 나섰다.“단위 면적당 수익이 가장 좋다는 포도를 선택하게 됐다”는 그는 지난 4월 귀농하면서 매입했던 600평의 토지에다 거봉포도인 ‘자옥이’ 550주와 ‘샤인’이라는 청포도 묘목 30주를 심었다.기둥을 설치하고 비가림막 시설도 갖추는 등 포도밭시설비를 1천2백만원이나 들였다. 자재비, 인건비 포함이다.600평 포도농사의 경우 나무심은지 3년후부터 보통 1천5백~2천만원의 소득을 올린다지만 농사초보라 소득목표를 5백만원으로 낮춰 잡았다는 이들 부부는 매일 두차례씩 밭으로 나가서 풀을베고 물대기작업을 하고 있다. 포도농사를 위해 새벽부터 밭으로 나가지만 한낮에는 햇살이 따가워서 나가지 못하고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밭으로 출근한다.아들, 딸 두 자녀 모두 출가시킨 이들 부부는 친손자 둘, 외손자, 외손녀등 4명의 손자손녀들이 서울 대도시에서 찾아와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때 흐뭇함을 느낀다.귀농하면서 구입했던 농지 값이 크게 오르는 등 앞으로 먹고사는데는 큰 지장이 없으니까 농사가 잘 되지 않아도 버텨왔다는 그는 “포도농사도 큰 욕심 부릴 생각은 없지만 이왕 시작한 농사라 열심히 해 볼생각”이라고 말했다.최홍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