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천댐으로 물이 흘러드는 자호천 강가의 자양면 도일리에서 태어나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온통 금모래와 크고 작은 몽돌 뿐인 강바닥을 따라 시오리나 떨어진 면 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길이 멀어 여름철이면 등굣길에도 하굣길에도 하루에 두세번씩 멱을 감고서야 학교와 집에 갈 수 있었다. 그것도 용이승천했다거나 이무기가 숨어 있다는 시퍼런 용소(龍沼)의 절벽위에서 뛰어 내리면서…가을에는 또 어땠는가? 수수와 조가 서걱대는 소리를 들으며, 콩잎이 노랗게 익어가는 비탈길을 올라 머루와 다래를 찾아 계곡과 산너덜을 헤매다 해거름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이렇게 나는 고향의 자연과 거저 한몸으로 부대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지금 내가 환경부에 근무하게 된 것도 순전히 이런 추억과 서정이 내 의식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나는 1987년도에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을 시작하여 1994년도까지 근무한 바 있다.그 덕택으로, 21세기에 지구환경문제 해결의 기준이 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발전)″의 개념을 잘 이해하게 되었고, 환경행정을 수행하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실현하는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환경의 가치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보편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고, 모든 국가 정책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제1순위로 고려되고 있는 의사결정의 기준이다.그러나, 아직 현실적으로 환경을 보전하고 개선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목표의 정도는 경제개발과 사회·경제적 상황, 국가 지도자가 환경을 바라보는 가치관에 따라 다소간 달리 다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지금 새 정부가 바라보는 환경의 가치는 내가 환경부 공무원인 입장에서도 그렇고,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유년시절에 잊을 수 없이 아름다운 환경을 골수에 새긴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서도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사망자가 1천명 이상이나 된다고 보도되고 있는 안방의 세월호 사고로 비교되는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미세먼지 문제를 바라보는 새 대통령의 환경보건 중시적 시각은 차치하더라도, 30년 전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통합물관리정책이 4대강사업으로 인한 물관리 논란을 계기로 물관리정책을 환경부로 일원화 하겠다는 것은 가히 대변혁으로 받아들여진다.물관리일원화 정책이란? 그간 수질은 환경부가, 수량은 국토부가 관리해 오던 것을 앞으로 환경부가 수질과 수량을 함께 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의 하천, 댐과 보관리 기능과 한국수자원공사 감독업무를 환경부가 맡게 된다.우리지역으로 보면, 영천댐을 중심으로 임하댐과 포항의 용수를 위한 안계저류지로 인하여 지역간에 물관련 논란이 잠재되어 있는 곳이라 상당히 의미있는 정책변화라고 할 수 있다.이제 환경부가 임하댐의 수질과 수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우리 영천의 식수원인 영천댐에 최대한 순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됨으로써 물문제로 인한 지역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영천사람을 낳고 키우고, 영천의 들과 산에 생기를 불어넣는 영천댐이 잘 보전되고 널리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본인도 국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우리 영천은 영천댐과 최근에 건설된 보현산댐을 기반으로 물 이 풍 부하고, 사 통팔달의 교통 여건상 앞으로 많은 개발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양적 위주의 보여주기식 개발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좌우되는 개발은 난개발로 이어져 도시를 피폐하게 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사랑하는 영천을 위하여 희망하고, 제언하고 싶다.
첫째, 하루빨리 세계속의 명품도시로의 발전목표가 설정되고, 우수한 자연환경 여건과 주민의 환경·보건복지가 충분히 고려되는 장·단기적인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 마스터플랜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둘째, 영천시는 이 목표달성을 위한 자체의 재정부담을 덜수 있도록 정부 각 부처의 지방지원정책을 제때에 파악하여 확보하는 노력과 함께, 영천의 환경여건에 맞는 친환경 민간투자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환경부의 수계기금지원사업, 생태계보전협력금사업, 각종 자연환경보전사업 등이다.
셋째, 영천인 모두가 자연이 준 혜택인 물관리를 슬기롭게하고, 영천과 가장 조화로운 개발과 보전을 확실히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이 유지되는 자랑스럽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살기좋은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다.
미력하나마 이 장정에 꼭 기여하고 싶다.
♠ 최동호(崔桐虎) (60년생)- 출생 : 영천시 자양면 도일리- 고졸 검정고시-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경북대학교 대학원 석사(지방자치)-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 근무(7급공채, 1987∼1994)- 환경부 국토환경평가과 서기관- 부산광역시 환경협력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환경관리국장- 현,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기획평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