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쓰레기란 쓰레기는 다 여다 갖다 태우고 이거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이라~”
지난 10일 남부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소각장(증설)반대 대책회의장. 마이크를 잡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비장함이 묻어난다. 차분하게 시작되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흥분으로 타올랐다.
주민들은 소각로 증설을 계획하는 업체도 나쁘지만 함께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일부 주민들의 태도와 믿음을 주지 않는 행정에도 싸잡아 불만을 토로했다. 오히려 관련 업체에는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의 당연한 전략이라며 애써 이해를 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반대도 찬성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일부 통장들의 대처에 심한 소리까지 쏟아냈다. “도대체 이 자리에 못 나오는 이유가 뭐냐고?”
그러면서 해당업체가 지원한 지역발전기금의 사용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점이 나오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남부동 주민들을 대표하는 17개 통장들이 반대운동의 구심점이 되어 싸워야 함에도 일부가 그러지 못하는 데는 발전기금과 관련해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행정의 대처에도 똑같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10여 년전의 불행한 사태를 제대로 안다면 감히 허가라는 건 엄두도 못낼 텐데 행정이 우리를 뭘로 보느냐”며 “국가나 지자체가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주면 되는데 깡그리 무시하고 돈벌이 하는 기업과 일부 주민대표와 못된 공무원이 죽이 맞아 전체 주민에게 피해를 안겨준다”고했다.
한 주민은 환경시설 집단화로 남부동 주민들이 악취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하수처리장, 분뇨처리장, 축산분뇨공공처리장, 유기성폐기물자원화 시설 등등 한참동안 손을 세어가면서 열거한다. 마을 전체가 환경시설집단화 되고 있는데도 주민들이 양반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완산동 쓰레기 매립장 시설이 들어설 때 행정기관은 인근 주민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는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남부동에 각종 환경 처리 시설을 집단화 해놓고 대충 넘어가려는 영천시의 행정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난상토론 끝에 대책위를 구성하며 주민들은 무엇보다 ‘단합’을 강조했다. “내가 아니면 우리가 죽고 우리 동이 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비장하게 호소하는 80대 노인의 마이크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행정기관은 네비엔 허가당시 소각장 문제로 인해 고귀한 한 생명이 희생되고, 지역사회 갈등을 초래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