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의사가 제 병을 못 고친다’는 표현을 종종 들 어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오히려 그 일이 자신의 일이 되었을 때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수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직업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아서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거나 여러 학문을 섭렵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가령 오늘날에도 너무나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사람은 당시에 미술가·과학자·기술자·사상가로서 다방면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이 외에도 과거에 명성을 알렸던 사람들을 보면 하나 같이 다양한 직업군이나 학문을 섭렵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는 신기할 정도로 매우 뛰어난 사람 같아 보이지만, 당시에 학문이나 직업이 세분화·전문화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천재적인 재능을폄하할 수는 없다.  의학의 관점에서 역할론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의사와 환자 관계를 단연 중심으로 해야 할 것이다. 환자는 사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건강인’ 으로 생활한다. 그러다가 증상을 인지하면서 ‘환자역할’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의사를 만나서 치료를 받는 동안은 말 그대로 진정한 ‘환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비교적고정적으로 지니게 되는 역할인 직업 외에도 이렇듯 그때그때 일시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가지게 된다. 환자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때의 의사는 반대로 고정적인 직업으로서의 역 할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형성된 역할 관계에서 우리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순조롭게 일을 진행해 갈 수가 있다. 그것은 사회적 공동체에서 인정하는 각자의 직무와 역할을 서로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서 출발한다.  우리는 뉴스에서 종종 건강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의료인의 인터뷰 내용을 꼭 넣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인터뷰 내용이라는 것이 대부분 특별한 것이 없다. 음식 골고루 잘 먹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적당한 운동을 하라는 등의 말이 많다. 언뜻 보면 누구나 알고 있고 해줄 수 있는 말이지만 의료인이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의 말에는 권위가 더해진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정도는 달라지는 것이다. 한편 일반인들이나 환자들은 의료인들이 의료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만큼그들의 건강관리도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인들도 의사로서의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는 평범한 일반인으로서의 역할로 돌아가게 된다. 의사라고 모두 건강관리를 잘 하거나 병 없이 오래 살진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의사로서의 역할은 참으로 다양하다. 의료지식이 세분화·전문화되면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한의사는 여전히 환자로부터 전문적인 의료지식에 대한 질문뿐만이 아니라 음식·약초·민간요법· 생활습관 등과 같은 광범위한 영역의 일상생활에 관한 질문도 피해갈 수 없다. 이렇듯 한의사로서의 역할 경계는 흐릿한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환자들이 그만큼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느낀다고 생각하면 그 과정 자체가 또한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오늘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공간에서 어떠한 목적으로 만난 그 사람이 또 다른 공간이나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면, 우리가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편견과 고정관념 없이 바라볼 수 있고 우리의 삶에서 사회적 역할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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