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는지 모르겠다. 영천시가 난데없이 보현산과 기룡산에 총 41기, 108.85mW의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자양면과 화북면 주민들이 풍력단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반대운동을 벌였다. 영천시는 산업자원통상부의 친환경재생에너지 정책에 편승하여 발전소를 짓겠다는 건설업자들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려 하였고, 자양면과 화북면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여 결국 영천시장 명의의 사업허가는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은 바 있다.  필자 또한 영천의 진산인 보현산과 아름다운 기룡산 정수리에 풍력발전단지 건설은 불가하다는 논지로 기고한 바 있다.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에너지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낼 입장이 못 되어 나름대로 공부를 좀 해 보았다. 원자력은 2차 대전 후미국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for Peace)’ 계획에 따라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로 확산되었으나 1970년대에는 위험성과 안전문제와 폐기물 처분 등 고비용 발생으로 화력발전에 비해 경제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화석 연료를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일본, 서유럽 국가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 발생 후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은 급격한 쇠퇴기를 맞는다. 1992년 6월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였다. CO2, CH4,N2O등의 온실가스에 의해 초래되는 온실효과와 지구온난화 그리고 이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어 마련된 국제협약이며, 여기에 가입한 국가가 무려 192개국이다. 기후 변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라는 공감대가형성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내놓지 않는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자력 정책을 재검토 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력과 온실가스 문제가 동시에 화두가 되고 있는데, 얼마 전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다고 유엔에 공식적으로 통보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세계의 이익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탈원전정책은 최대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요즘은 어떤 화제(話題)가 떠오르면 갖가지 설(說)이 뉴스를 타고, 또한 SNS를통해 무성하게 떠돌게 된다. 전문성이 결여된 소견들이 여과 없이 덧붙여지거나,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의 의견까지도 상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분야의 문외한들은 어느 쪽 손을 들어야할 지 답답할 때가 많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정계는 물론이고 학계에서조차 너무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여 일반인들은 헷갈리기만 한 상황인데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대상황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이 한 가정을 잘 이끌어 가족들의 행복을 지켜내듯이 이장, 자치단체장, 대통령 등 그 규모에 따라 구성원을 행복하게 살게 할 책임이 있고, 동시에 그것을 할 수 있도록 권력도 주어진다. 구성원들은 지도자가 현명한 정책을 잘 실행하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만들어주기를 원한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위험한 원전 대신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펴되 전기 요금은 오르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정부는 원전 대체 전력으로 천연액화가스(LNG)와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를 제시했다. 현재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원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국민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개편한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의 생산비 증가를 야기하여 결국 제품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국가적으로 중대한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국무총리실이 공론화 작업 지원 절차에 착수하였다. 이해 당사자,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국민적 신뢰가 높고 덕망 있는 중립적 인사로 10인 이내 위원을 선정하였다. 국가의 중책을 결정하면서 전문가의 끝장 토론이 아니라 덕망 높은 인사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에 대하여 동의할 수 없다. 비유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뱀의 꼬리가 뱀의 머리에게 항의하였다. 너는 매일 앞장서 가면서 좋은 것을 보고 맛난 것을 먹으니 좋겠지만 나는 항상 뒤에만 따라가야 하니 시샘이 나서 안 되겠다. 오늘부터는 꼬리에 있던 내가 앞장을 서야겠다고 주장하였다. 뱀 머리는 말이 안 되는 일이니 입 다물라 하지만 꼬리도 어지간히 마음에 작심을 했는지 이번에는 나무를 휘어 감고 놓지를 않으니 머리가 아무리 앞으로 나가려 해도 방법이 없어 하는 수없이 꼬리를 앞세워 보기로하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꼬리는 갈길 몰라 헤매다가 불구덩이를 만나서도 피해가지 못하여 결국 뱀은 불에 타서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21세기 민주(民主)의 시대에, 에너지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혹시 뱀의 꼬리는 아닌지, 우리 스스로는 눈이 달린 뱀의 머리를 기꺼이 앞세울 현명한 의식을 가졌는지, 내 자신부터 한번 되돌아봐야겠다. 기꺼이 전기세 인상에 따른 경제적 손해를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떻게 잘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에너지 정책에 대한 쓸데없는 노파심이 자꾸 일어난다. 혹시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빌미삼아 우리의 보현산, 기룡산, 화산 등의 산 정수리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 했던 작년의 악몽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말이다. 탈원전도 좋지만 꼬리가 머리가되어 허우적거리다가 불구덩이에 빠져죽는 어설픈 에너지 정책이 펼쳐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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