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성 봉영천손한방병원 한의사한의학을 공부하다보면 한자(漢字)로 된 수많은 어휘들을 접하게 된다. 한자는 글자마다 고유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어서 해석이 어렵기도 하다. 과거의 선조들은 이러한 한자 문화 속에 살아서 한의학을 접할 때 지금의 젊은 사람들 보다 최소한 어색함은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지금 우리는 서양으로부터 시작된 과학적 방법론에 익숙해져 있고, 그것은 당연히 ‘올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자가 다양한 뜻을 가지고 해석되듯이 한의학은 해석의 다양성·개념의 추상성을 가진 채 그 나름의 이론체계를 지난 수년천간 이룩하여 왔다.   오랜 세월동안 구축된 이 체계는 오늘날 올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방법론으로는 ‘올바로 이해하기가 힘들고’ 오히려 심각한 오류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자라는 글자체계 자체가 한의학의 이러한 특성을 만들어내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한의학적 이론체계를 설명하기에는 ‘다행히도’ 한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찌됐든 요즘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한의학적 방법으로 병을 설명하기에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고충이 있다. ‘기(氣)·혈(血)·음(陰)·양(陽)’ 등의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현대 의학적 병명에 이미 익숙한 환자들에게 이러한 설명은 오히려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면 한의학이 어떠한 방식으로 의학지식을 쌓아왔고, 그 배경은 무엇이었는지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은 지금 같은 진단기기가 없는 시대에 시작되었고, 그래서 눈으로 보이는 것 외에는 오늘날과 같이 직접적으로 인체 내부를 들여다 볼 방법이 없었다.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단은 환자의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보고, 듣고, 묻고, 맥(脈)을 짚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환자의 기침소리나 통증의 양상·대소변의 양상·맥상(脈狀) 등을 매우 상세하게 분류하고 구분하였다. 그 과정에서기·혈·음·양이라는 것도 실체적 관점보다는 기능적 관점에서 인체 내부의 현상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들이 나름의 체계로서 서로 얽히어 한의학의 큰 틀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외국어를 배울 때에 어순이 다르거나 우리나라에는 없는 표현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언어는 수많은 세월을 거쳐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방식으로 사용된 도구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려면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서로의 언어적 법칙이 있다. 마찬가지로 한의학도 그것이 존재해 왔던 시간·장소·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한의학을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유방식 속에서 그 용어들의 역할과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오늘 한의원에서 ‘음(陰)이 허하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은 우리 몸이 음과 양이라는 상반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하나가 부족한 형국이라는 뜻이다. ‘음(陰)’이라는 것은 차가운 성질·물과 같은 속성을 포함하고, ‘양(陽)’이라는 것은 뜨거운 성질·불과 같은 속성을 나타낸다고 하면, 음이 부족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양이 많아지므로 몸에 열이 나는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음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양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역시 동일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경우는 각각 ‘가짜 열(虛熱)’과 ‘진짜 열(眞熱)’이라는 점에서 병의 원인이 같지 않으므로 진단과 처방이 달라지게 된다. 혹시 이러한 설명이 이상해 보이는가? 만약 이러한 설명이 진단과 치료의 전체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체계화되어 있고 경험적으로 치료효과가 검증되어 왔다면 이상할 것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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