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 농장의살충제 성분 전수조사에서 DDT 성분이 검출된 계란에 이어 닭에서도 DDT성분이 검출되면서 영천에서도 ‘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주 내내 우리의 먹거리를 불안하게 했던 살충제 계란의 공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닭에서도 맹독성 농약 DDT 성분이 검출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신선한 계란만 유통되고 있다거나 살충제 계란을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국민들의 불안감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부실조사 논란이 터져 나오며 국민들 의 불안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구멍뚫린 식품 안전관리는 가히 충격적이다 못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96%는 안전하다고 판정하여 바로 유통에 들어갔다지만 소비자들은 검사의 헛점을 알기에 지금도 쉬이 달
걀 먹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친환경인증 업무를 맡은 민간업체는 건당 80만원짜리 인증서 장사를 했고 친환경인증품은 계란뿐 아니라 다른 농축산물 등에도 거의 비슷하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닭장화면을 보면 차라리 눈을 감고싶다. 더럽고 비위생적인 케이지에 갇혀 힘없이 목만 빼 모이를 쪼으려는 장면을 보면 온몸이 오그라든다. 그래서 동물복지 농장이 주목을 받는데 그것은 한 마디로 동물에게 최소한의 본능은 충족해주는 방식으로 기르는 사육 방법을 말한다. 동물 복지 농장을 운영하려면 공장식보다 넓은 땅과 운영비, 그리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 영세 농가는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사람을 위해서라도 동물복지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사람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독방감옥에 갇힌 것과 더 넓은 잔디밭 위에서 맘대로 뛰어 노는 것을 비교해보라.
지역에서 동물복지를 지향하며 계란축산을 경영하던 농장주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인 아닌 죄인신세가 되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생떼같은 닭 8,500여 마리와 계란 수 천개를 폐기처분했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때 보았듯이 눈 시퍼렇게 뜬 가축들을 생으로 살처분해끌어 묻었던 사실을 떠올려 보라. 그 작업에 참가했던 어떤 심약한(?) 공무원은 트라우마현상까지 보인단다.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17일 이후 그 농장주를 두 번 만났다. 엊그제 전화로 다시 통화했다. 아픈 상처에 자꾸만 소금을 뿌리는 것같아 미안하고 죄송했지만 궁금한게 또 있었다. 지난 25일 12시쯤에 상황종료 했단다. 토양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물으니 귀찮은듯 정부조사는 아직 진행중이고 한살림 홈페이지를 보란다.급히 열어보니 자재와 용수 볏짚,왕겨, 사료 등에서는 DDT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반면 토양에서 0.3 ~1.5PPM까지 DDT가 검출되어 토양오염이 주요 원인일 거라는 알림이 있었다. 도움도 못드리고 귀찮게 해서 송구하다고 말하며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사태 발생이후 혹 시장님 한번 오셨나? 안 오셨다. 전화는? 없었다. 의회관계자들은? 없었다.
지역실정이 이렇다. `그동안 돈 많이 벌었으니 먹고 살만 하겠지`라고 생각하는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가슴에 화가 맺혀 폭발할거 같은데 의외로 차분하다. 그렇게 아무말 않으면 그냥 놔둬도 좋은건가.
지역에 우울하고 불편하다는 사람이 있으면 한번쯤 돌아보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표있는 큰행사에만 쫓아 다니지 말고 아픈 상처를 한번만이라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권위의 의자에서 내려와 목에 힘빼고 우리 지역민의 아픈상처를 찾아 보듬어주는 인간미 넘치는 지도력이 애타게 그립다. 지역에 ‘사이다’ 같은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는 없는가!
최병식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