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올해 만해상 수상자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어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가 한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 한마디가 그저 수상자로서 의례적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라 저 마음 깊은 곳에 서부터 우러나오는 간절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삶과 그녀를 낳은 영국이라는 나라를 돌아보면 쉽게 공감이 간다. 노예무역과 식민지정책 등으로 많은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또 얼마나 많은 영국인들이 그야말로 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가를. 따지고 보면 고금의 모든 성현들이하신 말씀도 다를 바 없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자는 단군의 홍익인간도,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자는 유교의 인의예지(仁義禮智)도, 지혜로써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자는 대승불교의 가르침도 사랑으로 인류를 구원하자는 예수의 메시지도 모두 이 세상을아름답고 행복하고 정의롭게 하라는 것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귀가 닳도록 이런 가르침을 들으며 살아온 우리 한국인, 영천인들의 삶은 어디쯤 와 있는가?나라가 반쪽이 난 상태에서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어르렁거리며 무기경쟁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 과연 일본, 중국, 미국만의 탓일까? 갑질 기업, 갑질 고용주, 갑질 고객, 갑질 교수, 갑질 친구, 갑질 이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동남아 등지에서 어글리 코리안으로 욕먹고 있는것이 과연 남의 탓이고 어제 오늘의 일일까? 어렵게 거둬들인 세금 귀한 줄 모르고 그저 먼저 빼먹는 놈이 장땡이라는 식으로 덤비는 놈들과 작당해서 또는 선거를 의식해서 흥청망청 선심쓰듯 돈을 써대는 관료행정이 단지 몇몇 부패한 공무원들만의 행태일까 아니면 수천 년 동안 고쳐지지 않은 고질일까? 홍익인간, 인의예지, 요익중생, 이웃사랑은 모두 어디 가고, 도로변과 해수욕장에는 쓰레기가 널부러지고, 강과 바다에는 비닐과 빈병들이 넘쳐나는 것일까? 교육강국이라고 자타가 일컫는 한국의 진정한 교육은 어디에 있는가? 수천 년 동안 사람이 살아온 이 한반도에 과연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마을과 도시,주택과 건물들은 얼마나 남아있는가? 산천과 숲과 나무는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는가? 그렇게 귀한 산삼이라면 왜 공동의 자산으로 보존하지 못하고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캐내어 씨가 마를 지경이 되었을까? 늘 ‘우리’ ‘우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 진정 우리는 ‘우리’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사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 그리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그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면 이것이 모여 어느덧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하기 마련이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도로사정이야 어떻든 나는 내 편한대로 간다’며 1차선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일단 추월한 뒤에는 신속히 2, 3차선으로 차선을 양보하여 차량의 원만한 흐름에 협조한다든가, 좀 멀더라도 정해진 주차장에 주차하도록 노력하면서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 잠시 불법주차를 하더라도 최대한 차량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좋은 세상을 위한 작은 출발이 되지 않을까?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을 발견하면 멀찌감치 차량을 서행하여 보행자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면 또 어떨까?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내릴 사람이 먼저 내릴 때까지 기다려 준다든가, 타인을 위해 버튼을 눌러 주는 마음을 가진다면 어떨까? 또 이러한 배려에 대해 미소나 몸짓 혹은 한마디로 고마움을 표시하면 어떨까?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자라서 점차 동물이나 식물 등 자연을 대하는 마음까지도 달라진다면 우리 한국인들 가운데도 장차 제인 구달과 같은 훌륭한 동물학자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행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경찰이라면, 건물을 짓는 사람이라면, 도로공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를 먹는 사람이라면.....물로 잔뜩 배를 부풀린 복어처럼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겉모양과 허세로써 ‘세계 몇 위’ 따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간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삶도 달라지고 이 세상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않을까? 또 아는가?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저력이 커져 자연스럽게 통일로 이어질지. 우리를 나쁘게 평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냥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스로를 좀 돌아보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그래서 이 고장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이미지가 좋아진다면 사람들이 버리고 떠나던 곳이 아니라 어느덧 하나 둘씩 모여드는 삶터가 되어 있지 않을까?앞서 깨달은 어떤 이가 안타까운 마음에 ‘호리유차(毫釐有差)’면 ‘천지현격(天地懸隔)’이라고 탄식했다. 털끝만한 마음의 차이가 천지만큼 벌어질 결과의 차이를 가져 온다는 뜻일 게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이 순간 세상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10년, 20년, 100년 뒤에는 우리의 삶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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