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가야 하는 북부 누에바 에시하 (Nueva ecija)주에서 온 알렌(40·Arlene Hernandes)씨는 2014년 영천으로 왔다. 낭랑한 말씨에 붙임성 많고 활달한 그녀를 우로지 옆 벤치에 앉아 만났다. 이야기는 그녀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5남 4녀의 여섯째로 태어난 알렌 씨. 형제자매가 많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이었지만 누구보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강한 책임감을 가졌단다. 보다 나은 생활을 기대하며 혼자 힘으로 대학을 나온 알렌 씨(그녀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는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결혼도 미룬채 직장생활을 했단다. 그러던 중 먼저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5살 터울의 언니의 주선으로 한국으로 건너와 남편을 소개받았다. (언니는 현재 고경면 고도리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교회에서 남편을 만나다그녀는 남편과의 첫 만남을 이야기하자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언니가 형부와 다니던 교회에 건실한 청년이 있으니 만나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기꺼이 한국행을 택했단다. 서로 얘기를 나누고 마음이 맞아 2012년 6월에 필리핀에서 결혼을 한 번 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2014년 4월에 정식 결혼을 했다. 남편은 현재 갑을공단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데, 부부는 일요일엔 빠지지 않고 열심히 교회에 다니는 크리스천이다. 딸 둘을 낳아 어린이집에 보내고 알렌 씨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한국에 오기 전엔 한국을 잘 몰랐단다. 언니가 한국에 시집을 가도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한국남자를 소개시켜주고 만나니 그때서부터 한국에 대해 공부도 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엄청 낯설었고 한국말이 되지 않아 고생했단다. 다행히 언니가 가까이 있어 남편과 대화하다가도 안 되면 전화로도 물어보고, 또 만나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말하면 둘이서 해결 방법을 찾곤 했다. “남편이 어릴 때 어머니가 도망가시고 아버지마저 일찍 돌아가셔서 9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라 사랑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저는 형제가 많고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나누고 살았는데 그런 부분 때문에 남편이 힘들어할 때 안타까워요. 그렇지만 서로 문화가 달라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남편은 큰 힘이 되지요”라며 은근히 자랑한다. 나중에 애들이 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을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털어놓는다.-바쁜 일상알렌 씨와는 약속도 어려웠다. 매일매일 바쁘다. 도대체 왜 그렇게 바쁘냐고 물으니 하는 것 없이 바쁘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열심히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 두 곳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다. 월·화요일은 하늘어린이집, 수·목요일은 별어린이집에서 오전에 각각 1시간씩 애들에게 알파벳이나 간단한 단어를 가르친다. 월·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고경초등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다. 또 화·수·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금호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강사로 일한다. 거기다가 1주일에 두 번은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어 강의에도 참석하여 한국말을 배운다. ‘햐 ~ 참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며 운전은 하느냐고 물으니 차가 없단다. 그렇게 바쁘게 살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그래도 가끔씩 창신아파트 주위에 있는 필리핀 동생들 만나 저녁도 먹고 수다도 떨어요”라며 자랑한다. 또 알렌 씨는 시간 날 때마다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영어권이 아닌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한국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국적(Citizenship)취득을 해야 하는데 그 동안 영천시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위탁받아 진행하던 법무부 국적취득 교육(KIIP) 사회통합프로그램 과목이 인원이 적어서 폐지되고 영남대학교 거점센터까지 가서 공부를 하려니 많이 불편하다고했다.-서서히 한국 사람이 되어가다한국 음식이 입에 맞느냐고 물었다. 의외로 다 맛있단다. 그중에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는 물음에는 거침없이 “해물탕”이라고 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웃음에 왜 하필 해물탕이냐고 물으니까 남편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라 그녀도 좋아하게 되더란다. 반대로 남편은 필리핀 음식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남편은 전혀 안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고향음식이 그리울 때는 어떻게 하느냐니까 혼자 해서 먹는데 가끔 첫째 아이가 좋아해서 먹을 때도 있다고 했다.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친정에는 몇 번이나 다녀왔느냐는 물음에 “작년 3월에 친정어머니가 중풍으로 돌아가셔서 초상 치르러 다녀온 게 다~”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홀로 계신 아버지는 누가 모시냐니까 언니, 오빠들이 있어 걱정은 안 한다며전화는 자주 드린다고 했다. 외국인이라서 불편한 거 없느냐는 질문에는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는데 나이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굴 보고 쳐다보고 말이 이상하면 자꾸 쳐다보는 게 거슬린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우선 국적을 취득해 주민등록증 갖는 게 제일 큰 바람이란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것은 남편과 애들이 늘 건강한 것이 최고의 바람이다. 최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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