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물질을 볼 수 있게 한 현미경과 같은 도구가 발명되기 전에는 세균이 나 미세한 벌레들의 존재를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 우리의 오감(五感)으로 보고·듣고·만질 수 있는 외부의 물질세계는, 그 이전 시대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의 전부였다. 미세한 생명체와 물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는 의학에서도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많은 병인(病因)들이 사실상 그러한 ‘미세(微細)세계’의 존재물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의약품들도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계(外界) 물질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병에 대한 설명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대상들을 통틀어 이름 붙인 것을 ‘사기(邪氣)’라고 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인체 외부로부터 발생한 질병의 원인을 자연현상에서 볼 수 있는 여섯 가지의 표현으로 나타내었는데, 이것을 ‘육기(六氣)’ 또는 ‘육음(六淫)’이라고 하여 사기(邪氣)를 세분하였다. 현대인들에게는 어색할 이 한의학적 ‘표현’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설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바람(風)’이다. 바람이 불면 지상의 물체들이 흔들린다. 그래서흔들리는 증상을 풍증(風證)이라고 보기도 한다. 풍이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병에는 감기나 폐렴 등의 유행성 질병 또는 신경계통의 질환들로서 운동장애·관절질환·뇌혈관질환 등이 해당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추위(寒)’다. 차가운 것은 음(陰)에 속하고 그래서 양(陽)을 상하게 한다. 증상으로는 오한·발열·두통·몸살 등이 있으며, 기혈순환에 장애를 일으킨다. 질병으로는 독감, 감기, 열성병(熱性病)등이 해당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더위(暑)’다. 더운 것은 양에 속하고 그래서 음을 상하게 한다. 증상으로는 열이 심하고 땀이 많이 나면서 목이마르고 머리가 아프다. 이는 열로 인해 음액(陰液)이 소모되어 기혈자체는 허약해지지만 기혈의 순환은 오히려 왕성해지게 되어 위로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흐려지면서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습기(濕)’다. 축축한 것은 음에 속하고 무겁고 탁하며 끈적거린다. 그래서 인체의 기혈순환을 저해하고 정체시키게 되므로 각종 통증을 유발하고 대·소변에 영향을 준다. 증상으로는 관절통·전신통·부종 등이 있다. 습은 보통 풍·한·서 등의 사기와 함께 결합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 번째는 ‘건조함(燥)’이다. 건조한 기운은 체내의 수분부족 상태를 의미하고 이는 주로 과로나 심한 병으로 인한 체력소모·영양부족 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으로는 코막힘·기침·인후통·가래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불(火)’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더위(暑)와 유사한 점이 있으나 그보다 열(熱)의 속성이 더욱 강한 경우를 말한다. 증상으로는 고열·눈의 충혈·혈뇨·변비 등이 있다. 이러한 여섯 가지 ‘외부의 침입자(外邪)’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함께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의사들은 환자의 증상을 비롯한 여러 정황들을 수집·종합하여 한의학적진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처방을 하게 된다. 물론 외부의 원인이 아니라 인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원인일 경우는 그에 따라 병인(病因)이 달라질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한의학에서는 인간을 자연(宇宙) 속에서 존재하는하나의 소우주(小宇宙)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인체의 생리·병리현상을 설명할 때에도 자연 현상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이는 동양철학에서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것과도 연관될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위상은 더욱 높아져 가는 것으로착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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