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러하듯이 우슈 역시 참여하는 시합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도민체전이나 전국체전과 같은 큰 종합시합 이외에도 우슈만 단일로 치루어지는 시합들이 전국에서 돌아가면서 열린다. 그래서 협회의 실무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우슈와 관련이 있는 임직원들 역시 시합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지 선수들과 함께 참여를 해야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방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합이 열리면 누구나 좋아하지만 그곳이 먼 지방일때는 ‘오랜 시간을 어떻게 가지?’라는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들면, 나처럼 구미에 살고 있는 사람인 경우에는 충북이나 경남지역은 환영이지만 경기도나 강원도가 시합 개최지가 되면 가기도 전부터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곳이 제주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떤이는 여행을 위해 몇 달전부터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자신이 갈 곳을 숙소부터 조사를 하고 예약을 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를 하는데 시합이 있으면 시합 참여와 함께 그곳을 자연스럽게 둘러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명색이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 중의 한 곳이 아니던가! 6월 전국체전 한마당이 제주도에서 개최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나는 조금 들떠 있었다. 왜냐하면 대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도 경기도나 강원도를 가는 것보다는 가까울 뿐만 아니라 왠지 제주도를 간다는 것은 여행을 가는 듯한 기분을 가기도 전에 만들어 주기 때문이었다. 경북의 몇 몇 지방의 감독님들과 선수들을 인솔하여 대구공항으로 가는 길은 은근히 휘파람마저 나오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나의 환상은 깨어졌다. 가지고 온 짐들을 통과 시키던 중 검이 검색대에서 걸려 나는 공항 사무실까지 가서 상황을 설명하여야 했다. 그곳 직원들 말로는 검은 무기에 속하기 때문에 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면 통과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시합장에 가서 걸어 놓을 현수막마저 현수막 양쪽의 지지대 역할을 해 줄 막대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통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합장에서 선수단이 속한 지역의 현수막을 걸어놓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고, 검으로 자신의 기량을 보여 주어야 할 선수들에게 검이 없다는 것은 전쟁터에 무기를 들고 나가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설명을 하고 애원을 하고 현지 직원들과의 연락을 통해 체전이 있음을 증명한 뒤에야 겨우 아슬아슬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제주도! 선수들과 렌터카로 숙소를 찾아가서 가방을 정리하게 하고 저녁을 먹고 각 지방에서 온 임원진들과 만나다 보니 벌써 늦은 밤시간... 다음날 시합이 끝나고 난 뒤의 자유시간을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우리의 시합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결국 우리는 제주도의 아담한 체육관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처음 참여한 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이룬 우리는 저녁을 먹고 함께 축하를 하며 제주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제주 여행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 보신다면 근처의 이마트에서 선수들에게 각자 원하는 것을 사게 해 주고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것이 전부라고 답해 드리겠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은 정작 제주도에서는 못 본 돌하루방을 제주도에서 돌아온 다음날 우리 동네에 새로 개업한 면옥집 앞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먼 지방을 가서 일정이 빠듯할 때는 어쩔수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제주도를 갔던 임원들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어쩔수 없이 아쉬움이 남았던 대회였다. 그래도 제주도의 전통시장에서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커다란 갈치와 문어도 구경하고 육지에서는 비싸게 먹는 회를 아주 신선하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다는 것, 생전 처음으로 갈치회를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은 즐거운 기억이기도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물었다. ‘우리 제주도 갔었던 것 맞아?’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