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인체의 외부에서 올 수도 있고, 내부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외부에서 비롯된 병을 일반적으로 외감(外感)이라고 하고, 내부에서 생긴 병을 내상(內傷)이라고 한다. 내상으로 인한 병은 주로 우리들의 생활습관과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인체 내부의 균형이 깨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로 위장장애와 두통, 손발의 열감, 사지무력, 피로쇠약 등이 해당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러한 병증에 대해 세분화하여 그 증상과 원인에 대한 설명 및 처방에 대해 잘 기술되어 있다. 먼저 ‘식상(食傷)’은 음식물에 의해서 비위(脾胃)가 상한 병증으로 과음하거나 변질된 음식 등이 원인이며, 일반적으로 명치 아래가 단단하게 맺히거나 설사·복통·구토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이러한 경우 비위허약을 개선하는 처방으로 치료를 한다. ‘담체(痰滯)’라는 것은 한자 그대로 담이 뭉친 것을 뜻하는데, 담(痰)이라는 것은 점막의 이상분비물로서 끈적거리는 끈기를 말하며 이것이 위장 속에 정체하여 음식물과 함께 소화되지 않으면 복통·소화불량·위산과다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정체된 물질을 풀어서 소통시키는 처방을 사용하게 된다. ‘냉체(冷滯)’는 찬 음식을 많이 먹어서 발생하는데 속이 차가워져서 위장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게 되며 주로 따뜻한 약재를 이용하여 속을 데워주는 처방을 활용하게 된다. ‘숙체(宿滯)’는 음식물이 완전히 소화·흡수되지 못하고 위장에 머물러 있거나, 과식 혹은 비위가 허약하여 생기는 병증이다. 위하수·위무력증·만성위장병 등에서 볼 수 있다. ‘비허(脾虛)’란 비의 기능이 약해져서 발생하는 모든 병증을 말한다. 한의학에서 비(脾)란 주로 식욕소화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몸속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전신으로 잘 퍼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면 몸이 야위고 입맛이 없으며 소화불량·더부룩함·사지무력 혹은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설사 등을 하게 된다. ‘주상(酒傷)’은 음주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여 발생하는데, 두통·구토·목마름·위산통·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 술은 주로 습열(濕熱)을 일으킨다고 보기 때문에 습과 열을 조절할 수 있는 처방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탄산(呑酸)’은 가슴이 쓰리고 신트림이 나며, 식상(食傷)·비위허한(脾胃虛寒)·간기울결(肝氣鬱結)에 의해 생긴 병증으로 보며 위산과다증이 이에 속한다. 비위의 기능이 순조로우려면 따뜻함이 유지 되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차가워져서(虛寒) 그 기능 발휘에 어려움이 생긴 것을 비위허한이라고 한다. 간기울결이라는 것은 간의 기운이 울체되어 맺혀있다는 것인데, 기운이 순조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간(肝)은 한의학적으로 정서적 반응에도 관여하고 담즙의 분비·배설 등과 같은 소화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여기서는 그러한 역할에 장애가 생겨서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상한(類傷寒)이라는 것은 내상병이긴 한데 증상은 외감질환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는 병증을 말한다. 주로 발열·오한·두통·몸살 등이 나타나며 급성위염·식중독 등이 이에 해당되는 병이다.한의학에서는 지금 보면 비슷한 병증인 것들도 매우 세세하게 구분을 해 놓았는데 아마도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위주로 병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체 내부의 장기로서의 간장(Liver)·비장(Spleen)·위장(Stomach) 등은 사실 한의학적으로 설명할 때의 간(肝)·비(脾)·위(胃)와는 똑같은 개념으로 쓰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의 장기 명칭은 기능적 측면에서 구분해 놓은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해부학적으로 파악된 장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간혹 한의원에서 병증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이와 같은 차이를 조금이나마 인지하고 듣는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