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래 가장 비참했던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관군이 패하자 의병을 일으켜 성을 되찾으며 내륙에서 거둔 첫 승리로 기록된 영천성 복성전투.이 전투는 그 당시 육지에서 거둔 최초의 승전이며 국운의 불씨를 되살린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던 영천성 복성전투기념비(이하 기념비)는 현재 훼손된 상태로 귀부와 이수(용두라고도 부름)만 남은 채 영천경찰서 정원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수십년동안 방치되고 있는 영천성 복성전승의 상징물인 기념비 재건립이 본격화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기념비는 흔히 세간에 ‘권씨’와 ‘정씨’의 씨족간 다툼으로 인해 기념비의 비신이 훼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향토사학자들은 이같이 떠도는 기념비의 훼손과정과 관련한 소문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영천성 전투는 치욕적인 역사이다 보니 일본인들에 의해 훼손됐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것과 이를 뒷받침 하는 사실로 비슷한 시기에 훼손된 광화문과 황산성대첩비의 예를 들기도 했다.또, 2015년 2월에 임진왜란 정신문화 선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지적이 됐듯이 영천성 복성과 영천지역의 의병활동 등 기념비를 포함한 모든 연구의 정통성을 확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정규정 영천성 복성기념사업회(임시)회장은 영천의 얼과 자존심의 문제이고 역사바로잡기 차원에서라도 기념비의 재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그는 이번주 중으로 시내에 사무실을 열고 복성기념사업회를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여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학계에서는 영천성 복성전투를 두고 자랑스런 역사로 보존·전승해야 할 정신문화라고 평가하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향토애 차원에서라도 기념비 복원은 물론 기념관 건립과 아울러 국정교과서에 수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정회장은 “임진왜란의 승지인 명량해전지역을 포함한 진주, 청주 등의 지역은 기념비뿐만 아니라 기념관을 짓고 매년 그 지역의 대표적인 기념사업 행사로 펼치는데 반해 우리 지역은 파괴, 훼손된 기념비마저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는 것은 영천의 정체성 차원에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실정” 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한편 청주시는 임진왜란 당시 청주성 탈환이 내륙에서 거둔 첫승리로 기록됐다며 매년 이를 기념해 청주읍성 큰잔치를 열고 있다. 하지만 청주성 탈환은 영천복성전투보다 4일 뒤인 1592년 8월 1일로 기록되어 있다.
최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