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지훈련을 가다
어떠한 운동종목이건 해마다 해당 종목 선수들에게는 ‘전지훈련’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우슈 역시 전지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 직업선수들이 소속되어 있는 학교나 시청소속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가지만 간혹 큰 시합을 앞두고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이 아닌 우슈의 종주국인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그곳의 훈련모습을 보고 기술이나 술기들을 배우기도 한다. 전지훈련을 하게 되는 곳은 각 시나 도, 또는 시청들과 결연을 맺은 지역으로 한국의 선수들이 중국으로 가서 그곳의 기술이나 현지 사정들을 익히기도 하고 중국의 선수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이곳에서 훈련을 받는데 중국 선수들이 한국을 오는 경우는 자신들의 운동이나 훈련보다는 한국 선수들에게 그들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복건성에서 국가대표선수들의 전지훈련 일정이 잡혀서 책임자의 한사람으로서 나도 국가대표선수들, 임원들과 함께 중국의 복건성을 가게되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함께 모여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기에 낯이 익은 선수들도 있고 친분을 쌓고 지내는 선수들도 있어 그들을 위한 선물을 몇 가지 준비해서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부단장로서 가는 전지훈련은 선수들 만큼 열심히 운동이나 훈련을 받는다기 보다 중국의 기술이 어떠한지를 보고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맞는 훈련방법이나 기술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 조금은 마음의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드디어 중국의 복건성에 도착! 몇몇의 중국 지역을 다녀보기는 했지만 복건성의 훈련장소 만큼 규모가 큰 곳은 처음 보았다. 시합을 위한 산타링 투로매트가 설치되어 있고 기본 동작을 훈련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는 체육관 정도를 예상 했었는데 실제로 가서 본 그곳은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다섯 배 가량은 넓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넓이였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훈련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각자의 호텔에 풀어놓고 우리는 체육관으로 모였다. 넓고 큰 규모만큼이나 운동을 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나라답게 모든 것이 크고 웅장하였다. 간단하게 인사와 소개를 나눈뒤, 선수들은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어느덧, 저녁시간. 한국에서 온 선수들과 임원들을 위해 간단한 연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 역시나 연회의 규모도 내가 상상했었던 것보다 크고 화려했었다. 십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원탁 테이블 위에는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진귀한 음식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남방쪽이라 그런지 야채로 만든 음식들이 많았었는데 특이한 것은 그들은 가지로 된 요리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먹어 본 가지튀김은 담백하면서도 가지 특유의 향이 입맛을 사로 잡았다. 또한 그들은 샤브샤브에 상추를 넣어 먹기도 하였는데 상추를 쌈을 싸 먹거나 생채로 해 먹는 것인줄만 알았던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열흘간의 짧은 시간들이긴 했지만 우리선수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모든 시간들을 훈련을 하고 그들의 기술을 배우는 데 시간을 보냈다. 변두리 지방이라 한번 나가려면 기본 두 시간 이상 차를 타야하는터라 여가 시간에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저 근처를 돌아보거나 마트에 가서 한국에는 없는 다양한 물건들과 먹거리를 사는 것이 선수들의 낙이라면 낙이랄까. 어떤 이들은 생각한다. 전지훈련을 가는 것은 여행을 가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왜 굳이 꼭 해외에까지 나가서 훈련을 해야 하느냐고... 선수들에게 전지훈련이란 단순히 해외에서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종주국의 기술이 어떠한지를 스스로가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며 자기 연구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들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더 확고하게 다잡는 시간인 것이다. 나는 믿는다. 그들의 그 시간들이 그들을 크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