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가 한 며칠 몰아쳤다. 몸이 추워지면 마음마저 추워질까 염려스럽다. 없는 사람일수록 추위가 더 매섭고 혹독한 법이다. 매년 겨울의 초입이 되면 사람들의 옷깃 위를 장식하는 빨간 열매 모양의 뱃지. 그것은 ‘사랑의 열매’다. 연말에는 언제나 백당나무의 빨간 열매 세 개가 달려있는 가지로 아름다운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이제 겨울만 되면 사람들의 윗도리 옷깃에 달려 나눔을 알리는 상징적 도구가 된 사랑의 열매. 사랑의 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진행하는 대한민국의 소외계층을 위한 성금모금운동의 상징이다. 올해 연말에도 정부와 경상북도, 영천시에서는 어김없이 경상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희망2018나눔 캠페인’ 성금 모금에 나섰다. ‘나눔으로 행복한 나라’라는 슬로건도 멋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라나 이웃이 어려울 때는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던 착하고 따뜻한 민족이다. 1998년 7월에 시작된 사랑의 열매는 그동안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데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사건은 충격을 던져 주었다. 자신과 딸의 희귀병을 치료한다며 12억 가까운 돈을 모금하여 그 돈으로 외제차를 사는 등 이상한 생활로 탕진해버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부 문화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기다 우리 인근인 포항지역에 발생한 지진피해 성금까지 보내고 나니 빠듯한 살림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순탄치 않다. 또, 모금을 하는 과정은 보았으되 그 쓰임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니 식어버린 기부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제도의 운영과 관리 실태를 처음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사람이라면 누구나 절 모르는 시주를 원하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성경에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고 한들 그런 말이사 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나 하는거지 우리네 서민이야 어디 그러랴. 성금을 모금하면 얼마가 걷혔는지 알고 싶고 또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 알고 싶은 게 보통사람의 마음이다. 따라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신풍조를 없애고 온 국민이 동참하는 기부문화에 큰 발전을 가져 오리라 믿는다. 곰팡이가 낀 장독에 주민들의 보석같은 사랑을 담을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지금껏 우리는 기부가 부자들의 것인 줄 알지만 소액 기부자들의 손길이 많아야 된다. 경제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도 중요하지만 소액의 다수가 진정한 기부천사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하면서도 수년째 꾸준한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을 보면 경외스럽다.노인일자리 사업으로 번 돈으로 소중한 성금을 모아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하는 어르신들의 포근한 마음도 있다. 십시일반 나누는 따뜻한 정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뜨겁게 데울 수 있는 거다. 나눔과 배려는 우리가 선진사회로 가는 필요 충분조건임에 틀림없다. 우리 주위에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여 지역민 모두가 행복하고 살기좋은 영천으로 만들어 나가야 된다. 추위에 온세상이 꽁꽁 얼어 붙어도 우리들 마음의 온도를 조금씩만 높인다면 우리 사회는 살 만한 곳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사랑의 온도탑은 세워졌고 연말연시 모금행사인 ‘희망 2018 나눔 캠페인’가 시작된지 벌써 한 달여다. 지금쯤 시민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환하게 빛을 발할 때이고 기부행렬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지난 세월을 다시 돌아봐도 이제껏 매해마다 경기가 좋았던 적이 없었고 제반 여건 또한 여의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웃돕기 성금 모금은 이어져 왔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는 시민들이야말로 지역의 주인공들이다. 우리 모두는 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영천을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적지만 강한 10만 영천시민이 ‘사랑의 열매 캠페인’을 통해 모금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100도가 훨씬 넘는 사랑을 확인시켜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