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목의 시합들이 그러하듯이 우슈 또한 여러 종목들과 함께 하는 종합경기 뿐만 아니라(예를들면 전국체전이라든지 도민체전이 이와 같은 경기이다.) 전국 곳곳에서 우슈 단일시합이 열린다. 당일만 이루어지는 시합도 있지만 보통은 3박 4일의 장기간 시합이 대부분이어서 학생선수들인 경우에는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시합기간동안 학교를 가지 않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하듯이 남들이 다 학교를 가는데 자신만 가지 않고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에 선수들은 은근한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시합 자체보다 학교를 가지 않는 것 때문에 시합에 참여하는 경우도 씁쓸하긴 하지만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담당 감독님들이나 임원분들이 시합에서의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선수들 또한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시간이 있는데 대부분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기까지가 선수들의 자유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선수들은 시합장 근처를 돌아다니며 잠깐 구경을 하기도 하고 야식을 시켜먹기도 한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치킨이나 피자, 아이스크림이다. 가끔씩은 감독님들이나 선배선수들에게 시켜 달라고 하기도 하고 자신들끼리 돈을 거두어서 시켜 먹기도 한다. 물론 같은 지역의 선수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자주 시합을 나가다보면 다른 지방의 선수들이라도 얼굴이 익은 선수들끼리는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저녁시간에 함께 어울려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담당 지역의 감독님들이 모르는 선수들의 은밀한 이야기들을 뜻하지 않게 알게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끼리 모이면 아무래도 어른들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가끔은 이 주제에 감독님들에 대한 칭찬이나 흉도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성인이 된 선수들은 자신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데 본의 아니게 술에 취해 다음날 힘들어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번은 안동에서 우슈 시합이 있었는데 자신의 시합이 다 끝나기는 했지만 후배 선수들을 봐주기 위해 남아있던 성인 선수 한 명이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다음날 후배 선수들을 봐주기는 커녕 의자위에 누워서 하루종일 잠을 자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가 감독님들에게 혼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또한 선수들이 성장해 가는 가운데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시간이 자나면서 그들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그러하듯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들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전혀 그 선수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선수들끼리 우정을 쌓기도 한다. 시합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선수들에게 평소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는 시간들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들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열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연들을 털어놓은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 또한 선수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감독님들이나 임원분들 또한 선수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 지방에서 모인 감독님들이나 임원분들 역시 시합이라는 시간들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평소 겉모습으로만 통해 판단했던 사람들에게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서로 인간적인 관계들을 맺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합’이란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적인 관계들을 맺고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런 시간들이 없다면 언제 우리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이어 나갈 수가 있을까? 모든 사람들에게 이 시간들이 하나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주기를 나는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간들을 통해 그들의 몸과 마음, 생각들이 깊어지고 커 가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