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거치게 되어있고 죽음이야말로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一代과정이다. 자식은 부모의 보살핌으로 성장했고 부모가 생을 마감할 땐 그의 보답으로 격식에 맞추어 상·장례(喪葬禮)을 치러야 하는 것이 자식으로써 책임과 의무이기도 하다. 이승(生)을 하직하고 저승(生)으로 갈 때 부모님이 입고 갈 옷을 수의(壽衣)라고 한다. 과거에는 본인 스스로가 마지막 사 후에 입고 갈 수의를 미리 준비해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래에는 거의가 전문장례식장에서 구입하게 된다. 이장(移葬)을 하다보면 조상님들의 묘지(墓地)가 겉에는 멀쩡 하드라도 속에는 각종 렴(廉)이 들어차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이 들어차는 수렴(水廉)이 있고 나무뿌리가 시신을 감고 있는 목렴(木廉), 바람을 타 유골이 검게 변해있는 풍렴(風廉), 묘지 속에 파충류나 각종 벌래가 들어가 살고 있는 충렴(蟲㾾), 솜털 같은 것이 체백(體魄)을 감고 있는 모렴(毛㾾), 화기에 노출되어 유골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화렴(火廉)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모두가 조상의 시신을 길지가 아닌 흉지에 모셔져 있기 때문으로 좋지 못한 현상이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묘 터의 길흉을 떠나 한 가지 더 늘어난 것이 있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의렴(衣廉)이라는 것인데 의렴은 돌아가신 분의 옷인 수의를 옛날과 달리 화학 섬유로 된 것을 쓰다 보니 이것이 썩어서 없어지지 않고 유골(遺骨)을 칭칭 감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 화학섬유들은(특히 나일론 같은 실) 잘 끊어지지도 않아서 결국 칼로 잘라내어야 하는데 이런 실들이 조상님들의 유골(遺骨)을 칭칭 감고 있는 것은 마치 유골(遺骨)이 포박 줄에 감겨 있는 것과 같아서 망자와 더불어 자손들에게 아주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 안동포와 같은 제대로 된 수의들은 가격이 수 백 만원에서 천 만 원대에 이른다. 보통 수 십 만원에서 백 만 원대의 수의들은 대부분 이런 화학 섬유가 섞여 있기 때문에 결국은 마찬가지가 되고 만다. 설령 원단을 천연 섬유로 했다고 하더라도 바느질을 하는 실을 화학 섬유로 쓰게 되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장례업체에서는 좋다고 권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확인할 수가 없기에 일반인들은 수의를 준비하기가 난감한 실정이다. 이러니 근래 들어서는 가끔은 창호지로 수의를 지어 입히는 경우가 있다. 창호지야말로 절대로 유골(遺骨)을 휘감을 일이 없고 잘 썩어 없어지기 때문에 유골의 자연소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보통 윤달(閏月)을 기해서 혹시 부모님들의 수의를 장만하시려는 분들이 있는데 심사숙고하여 결정해야한다. 공연히 몇 백 만원의 큰 돈을 들여서 준비한 수의가 부모님들의 유골을 칭칭 감고 있다면 조상에 대한 불효와 더불어 자손들에게도 여러 면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 삼 열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 풍수지리학/교수 youl384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