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펴질 때 또는 굽혀질 때에 부드럽지 않고 마치 경첩이 접히듯 딱딱 끊기며 튕기는 듯한 증상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찾는 분들이 있다. 오시는 분들 가운데에는 손가락 관절의 마디마디가 붓거나 심한 통증까지 호소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는 방아쇠 수지(탄발지, trigger finger)라고 불리는 질환이다. 손가락 뼈들 사이에 붙어있는 힘줄은 움직일 때 얇은 건막 밑을 지나가게 된다. 그런데 과사용이나 외상 등의 원인으로 손가락 굽힘 힘줄에 염증 또는 결절이 생기게 되면 막을 통과할 때 부드럽지 못하고 마찰이 심해지게 된다. 이 때 ‘덜컥’하고 걸리고 난 후에 움직이기 때문에 마치 총의 방아쇠와 비슷하다고 하여 방아쇠 수지라는 명칭이 붙여졌다.방아쇠 수지의 초기 증상으로는 손가락의 바닥부위에 통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심해지면 움직일 때에 ‘딸칵’하고 걸리듯 손가락이 움직인다. 더욱 증상이 심해지면 손가락을 움직일 때에 덜컥 하고 걸린 상태로 고정되어 다른 손으로 손가락을 잡아서 펴주어야 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방아쇠 수지의 대표적인 원인은 과사용이다. 주로 반복적으로 손을 움직이거나 강하게 손가락 힘을 쓰는 분들에게 발병하기가 쉽다. 예를 들면 손잡이나 운전대 등을 장시간 잡는 직업, 라켓을 쥐는 운동, 세밀하게 손을 많이 움직여야하는 직업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전동드릴과 같은 반복적인 오랜 진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류마티스 관절염, 통풍, 당뇨가 있는 환자군에서 방아쇠 수지가 더 발병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한 손목터널증후군의 수술 이후에 방아쇠 수지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 된 바 있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40-60대에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하여 젊은 층에서도 빈번히 관찰되고 있다.진단은 문진과 증상 관찰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양방적 치료로는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거나 근막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것이 대표적이다.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는 초기에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증상을 지속시키거나 재발시킬 위험이 있다는 보고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주사 요법을 시행할 때에는 환자와 의사의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하고 보존적 처치로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한의학적 치료로는 침과 뜸 그리고 증상에 맞는 약침 치료가 자주 쓰이며, 그 중에서도 봉약침을 많이 사용한다. 약침은 한약재를 정제하여 만든 약액을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 방식이다. 약침액의 종류가 다양하여 체질과 증상에 맞추어 사용하게 되는데 봉약침은 그 중에서도 벌의 독을 추출하여 정제한 약침액을 사용하는 것이다. 봉약침은 통증을 억제하고 소염 효과가 좋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힘줄 주위에 직접 주입하여 염증을 소산시킨다. 치료 기간은 질병의 경중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수 주 한방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한 경우 손가락을 고정하여 움직임을 단기간 제한해야 할 수도 있다. 방아쇠 수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손으로 반복적으로 쥐는 증상이 방아쇠 수지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로 손가락을 펴서 스트레칭 하는 동작이 방아쇠 수지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바닥에 손바닥을 댄 상태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지그시 들어올리고, 들어 올린 상태에서 몇 초간 유지한 후 바닥에 내려놓는 식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에 손가락을 펴는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그란 모양의 고무줄을 손에 끼워 손가락에 걸친 채로 다섯 손가락을 쫙 펴면서 고무줄을 늘려주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이 손가락 폄 근육을 강화시키는 데에 효과적이다.
손가락을 접는 근육 또한 강화하면 굽히는 동작을 반복하더라도 힘줄에 손상이 덜 가도록 하기 때문에 방아쇠 수지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맨손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운동도 도움이 되며, 손에 감싸 쥘 수 있는 테니스공을 이용하여 손을 쥐었다 펴는 운동도 좋다. 다만, 방아쇠 수지가 악화되는 양상이라면 손으로 하는 작업이나 운동을 즉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 증상이 진행 중이라면 증상이 나타나는 손가락을 압박할 수 있는 보조기 등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