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각의 동물입니다. 그래서 지나간 일에 대한 기억, 지금 일어나는 순간순간의 현상에 대한 심리적 반응,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라는 생각의 연속에서 살아갑니다. 물론 이 생각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연속선상 위에서 서로 연관되어 생멸하지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우리 단체의 회장직을 맡아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임하는 마당에 2년 전에 제가 썼던 취임사를 다시 보면서, 그리고 2년을 회고하면서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은 매우 큽니다. 제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이리 크니 우리 회원 여러분의 저에 대한 실망감은 더 크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위안을 삼을 겸 마지막 이임의 순간까지 약속했던 일 중 하나라도 하고서, 이것이 다음으로 이어져가기를 바래 봅니다.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는 말이 있습니다. 큰 그릇, 작은 그릇,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니 하는 말들이죠. 나름 생각해보면 저는 저 혼자 잘 살겠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사람을 잘 살도록 이끌 만큼의 역량을 갖춘 큰 그릇이 못 되나 봅니다. 어쩌면 제 스스로 붙인 자호(自號) 보현산인(普賢山人)처럼 산속의 은자 노릇이니 해야 하지 않을까 자위해 보기도 하지요. 2년 전에 제가 우리 단체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런 인사를 드렸습니다. 『저는 제 삶의 기조를 나름대로 날마다 좋은 날, 행복한 인생으로 설정해 놓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2년간 우리 회의 부회장을 맡아 나름대로 일해 왔는데 이사회에서 여러 모로 부족한 제가 회장으로 거론되었을 때, 생각해 봤습니다. 나의 행복한 삶에 회장이란 직책이 도움이 될까라고 말이죠. 그런데 회장님이란 소리는 듣기에는 좋은데 행복한 인생에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여기 계신 우리 시장님에게 영천시민 모두를 먹여 살려야 하는 무거운 짐을 안겨드린 것처럼, 회장이라는 직분은 아주 힘든 자리라는 이야기지요. 특히 직전 회장님께서 탁월한 리더십과 능력을 발휘하신 후임의 자리니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여러분이 저를 회장으로 선출하여 맡기시니 용기를 냅니다. 저는 저의 행복한 인생에 여러분을 이용하려 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제가 행복해져야겠습니다. 여러분 또한 도움이 될 만하다는 판단이 되시면 저를 여러분의 행복한 인생설계에 이용하십시오. 제가 행복해야 제 이웃이 행복하고, 마을단위 주민이 행복해야 영천시가 행복한 시가 됩니다. 영천시민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한 나라,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우선 나와 우리 회의 구성원이 행복해하는 단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그런데 돌아보니 이런저런 핑계로 그냥 2년의 시간이 흘러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면구스럽습니다. 아무튼 저의 넋두리는 이 정도로 하고, 회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우리 농민사관연합회는 사실 아직도 조직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초기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 단체가 정한 회칙의 목적인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생산기술의 과학화, 경영의 합리화, 유통의 선진화 및 농어업인 권익신장을 도모하며, 복지농촌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실천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 단체는 자발적으로 일어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의 필요성이 회원 모두에게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도록 하기는 매우 어려운 듯합니다. 하지만 경북도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800명이 넘는 명부를 가진 조직이기에 손 놓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존재감을 확보하고 그 당위성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간다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기적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저 또한 이임의 자리에 서 있지만 무능의 힘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우리의 행복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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