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우슈 시합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전국의 각 지방들을 돌아가면서 개최가 된다. 예외적으로 해마다 시합을 개최하는 지방도 있는데 충북 보은이 그러한 지방 중의 한 곳이다. 해마다 봄이되면 보은에서 개최되는 우슈 시합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감독님들과 선수들 및 우슈와 관련된 많은 임원들이 보은으로 몰려든다. 첫 날은 선수들의 몸무게를 계체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이 되면 모두가 모여 만찬이 아닌 만찬을 열어 서로 반가운 마음들을 전한다. 물론 진짜 반가운 마음을 전하는 시간은 모든 일정들이 끝나고 선수들은 각자의 숙소에 모여서, 임원들과 감독님들은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 숙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쌓여 있던 각자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한 만남들을 통해 형제나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 인연을 만들기도 하고 그 인연은 시합장을 떠나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정을 쌓아가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가끔은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는 시합을 가도 분위기는 너무나 다른 상황들을 겪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아직 우슈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 시합도 그다지 많지 않았던 때였다. 지금은 서른을 훌쩍 넘긴 다 큰 어른이지만 당시만 해도 고등학생이었던 제자를 데리고 경남 사천에서 열리는 시합에 참여 한 적이 있었다. 선수라고는 그 제자 혼자 밖에 없었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그 제자에게 동기부여도 해주고 함께 바람도 쐴 겸해서 1박 2일의 시합을 참여 하게 되었다. 나 또한 지도자로서 우슈 경험이 많지 않았던 터라 가벼운 마음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첫 시합을 가볍게 이긴 것을 시작으로 나의 제자는 결승전을 향해 무난한 항해를 하였다. 결승전이 있던 아침! 시합장 근처의 한 식당에서 아침을 주문해서 먹는데 음식이 입에 맞았던지 제자는 밥을 두 공기를 더 먹었고 나도 흔쾌히 그러라고 하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밥을 더 주문 시켰다. 드디어 결승전 시작! 제자는 나의 기대를 역시 저버리지 않았고 비교도 되지 않는 점수로 1회전을 마쳤다. 2회전만 이기면 우승은 따놓은 당상,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제자에게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있었다. 2회전 시작~ 이게 왠 일이란 말인가! 그렇게도 팔팔하던 제자녀석이 어느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가더니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침 식사를 하고 시합시간까지 시간이 길지 않았던데다 아침을 세 그릇이나 먹어서 장에서 탈이 나 버린 것이었다. 거기다 1회전에서 너무나 많은 힘을 써 버려서 막상 남은 나머지 경기들을 힘을 발휘해서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경험의 부족에서 비롯된 나의 무지 탓이 컸다. 우승을 해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오히려 제자가 탈이나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해야 할 형국이었다. 그 시합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 주었고 시간이 흐르고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제자 혼자 데리고 나갔던 사천 시합에 10배가 넘는 13명의 선수들을 데리고 나갔고 둘이서 둘러봤던 사천대교를 많은 선수들과 함께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좋은 결과도 함께 얻기도 했다. 아직도 사천대교에서 바라보았던 바다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우슈 시합이 아니었다면 가보지 못 했을 장소들이 아주 많았을 것이다. 내가 우슈라는 종목에 몸을 담고 있기에 평소에는 생각도 못 했던 지방들을 가 볼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고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살아 갈 수 있다. 아직도 사천시합에 나랑 홀로 갔던 그 제자를 만나면 한번씩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흐르면 또 어느 지방, 어느 시합의 일들이 지나가 추억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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