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고 화목을 다지는 좋은 기회다. ‘설’은 새해 첫날이란 의미이며, 묵은 해를 떨쳐버리고 새로 맞는 한 해의 첫머리란 뜻이다. 또 삼원(三元)이라 하여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첫날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둔다.설은 한 해의 시작을 가족 친지가 함께 모여 새로운 희망과 각오를 다지는 데도 의미가 있다. 효사상에 기반을 둔 우리 전통 설날은 조상과 함께 하며 정신적인 유대감을 굳힐 수 있는 성스러운 시간이다. 떨어져 살던 가족이 모이고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며 어른들에게 세배하는 풍습이 있다. 이 자리에서 어른들은 덕담을 통해 새로운 한 해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자리가 된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고 같은날 아침 차례를 지내며, 또 새 마음을 갖는다. 예전에는 설을 쇠러 전국에서 고향을 찾아 가느라 귀성전쟁으로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선물보따리를 한아름씩 안고 만원기차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향에 도착하면 부모님과 친지를 찾아 인사드리고 마을 웃어른들께도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설날’이라는 맥은 이어지지만 아무래도 의미는 그 옛날의 그것보다 퇴색 일로다. 물질적 풍요, 다변화된 세상, 디지털시대, 핵가족화 등 우리의 시대상과 복합적으로 맞물린 변화다. 사회가 진화하면서 자연스레 바뀌는 문화야 어쩔 도리가 없지만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면 아끼고 지키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문화라는 것도 결국엔 지금 살고 있는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평소 가족을 사랑하고 미풍양속을 지킨다면,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즐거운 명절을 맞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미명으로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 바쁘게 굴러가는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조상 공경이라는 전통이 조금씩 아스라이 멀어져 가고 있는 듯해 마냥 아쉽다. 물질적인 풍요와 편리함 만큼 잃어버린 인간미가 살아 숨쉬던 설날 풍경이 그립다. 또 설이라고 하여 누구에게나 다 기쁜 날도 아니다. 즐거운 명절이 회피하고 싶은 날이 되기도 한다.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여성들이나 청년실업의 한가운데 놓인 젊은이들의 경우 명절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연애와 결혼, 취업 등을 묻는 가족, 친지들과의 대화에서 약한 자화상을 드러내 보이기 싫은게 그들의 마음인데 헤아려 주는 어른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설날은 조금씩 간소화되고 대화가 사라지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설이 되면 연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편성표를 뒤적거리며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지금은 그것도 뛰어넘어 각자 하나씩 가진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절이 됐다.어느덧 2월의 중순이니 양력으로의 새해는 이미 한참이 흘렀다. 한 해가 시작되면서 정한 목표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시간이다. 작심삼일로 끝난 사람도 많겠지만 우리의 새해는 참 편리하다. 또 하나의 새해인 설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좋다고 양력 설의 그 다짐처럼 그렇게 작심삼일로 끝나면 곤란하다. 이번 설날이야말로 경각심을 가지고 애초 목표를 다지는 재설정의 기회로 사용해야 한다.설날이기에 더더욱 마음 시리고 아픈 이들도 많다. 주위에 소외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없는지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설날에 대한 의미가 나이와 비례하여 조금씩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뭏던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고 소박한 음식이라도 나누며 가족간에 이야기 꽃, 웃음꽃을 피우는 정이 넘치는 날이어야 한다. 또 설날을 휴식과 함께 재충전하는 계기로 삼고, 한해의 목표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나를 포함한 가족과의 온전한 관계가 건강하고 밝은 사회, 아름답고 튼튼한 나라를 이루는 출발점이므로. 그리고 즐거웠던 설 연휴를 기억하며 고향의 정을 듬뿍 담아오는 시간이길 바란다. 무술년, 희망이 용솟음 치기를 바라면서 경북동부신문 애독자 여러분들도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길 빌며 두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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