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도심의 낙후와 쇠퇴로 침체 일로에 처한 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지역살리기를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고 있다. 얼마전 7,80년대 우리지역의 최고 요지로 꼽혔던 중앙동의 중심인 중앙사거리일대 남문 살리기추진위원회(가칭) 구성을 위한 모임에 참석해 이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가졌다. 지역민들은 하나같이 쇠퇴한 현실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나갈 방향을 토론하고 머리를 맞대면서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자고 했지만 위원장을 맡을 사람 하나 선출하지 못한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다소 식상할 지 몰라도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중국에 우공(愚公)이란 사람은 나이가 이미 90에 가까운데 집앞에 큰 산이 두 개가 가로막고 있어 700리나 되는 길을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해결하고자 결국 자식들과 의논하여 산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우공과 자식들이 산의 흙을 운반하여 물가에 버리는 데 한번 왕복에 1년이 걸렸다. 이것을 본 친구 지수(智搜)가 웃으며 만류하자 그는 정색을 하며 “나는 늙었지만 내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하고 대답했다. 세상을 바꾸는데 불가능한 일은 없다.그날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영천이 버린 동네’라든지 ‘사람이 살 수 없는 골목’, ‘밤에는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동네’ 등 시정을 성토하는 목소리부터 ‘예산집행의 우선 순위가 안맞다’ ‘기준이 뭐냐, 시장이 제멋대로 하는 것 아니냐’ 등 다소 험악한 이야기까지 흘러 나왔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 꼭 참석 해야할 동장도 안보이고 지역실정이 이렇게 철저히 망가지도록 신경을 꺼버린 시의원들까지 싸잡아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위원장 선출을 못한 참가 주민들은 우려했다. 이 시간만 지나면 끝이라고. 이 시간만 지나가면 별탈없이 또 굴러가는게 영천이라고. 이 시간만 지나면 우리 모두 관심도 없고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잊혀지고 말 것이라고. 그러나 그건 아니다. 아무리 살기 바빠도 내 삶을 다른 사람이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바로 내가 나서야 한다. 정의의 사도는 필요하지 않다. 결국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할 사람은 깨어있는 나와 내 이웃일 뿐이다. 각자 한사람 한사람일때는 미력이지만 뭉치면 조직된 힘을 만들 수 있다. 참석자 중에 누군가 말했다. 우리가 돈이 있나 힘이 있나 빽이 있나. 또 누군가는 말했다. 울어야 젖 한모금이라도 얻어 먹을 수 있다고. 개도 무는 개를 돌아보더라고. 마음만 가져서는 절대로 조직된 힘을 가질 수 없다. 더구나 거대한 권력과의 갈등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다못해 시청 홈페이지에 서툰 글이라도 올려야 한다. 아니면 피켓을 만들어 일인 시위라도 나서던지. 주민들의 뜻을 모으는 서명운동이라도 펼치는게 내가 사는 방법이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잘못된 것, 부조리한 것을 바꾸는 데서부터 발전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역의 발전은 곧 지역민인 우리에게 달려있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와 이유로 사회문제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해마다 투표율은 떨어지고, 우리가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는 사이 정치인을 비롯한 권력 소유자들은 부패로 찌들고, 우리가 관심없는 사이에 우리를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할려면 우선 문제를 찾아 적극적으로 개선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사회는 현재의 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늘 앞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차별과 부패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쉬쉬한다면 이 사회는 더이상 발전의 가능성이란 없다. 적극적인 참여정신을 가진 선진시민, 영천사람들이 되자. 그날 배석했던 시 관계자도 주민들의 답답함에 공감하면서 신속한 예산확보와 보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비판이란 것도 알고보면 저 속 깊은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