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봄볕을 쬐일 수 있나 했더니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 다. 시합이라는 것이 대부분 실내 에서 열리기는 하지만 선수들을 데 리고 운전을 해서 경기가 열리는 지역으로 갈 때, 비가 내리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번거로울 수 밖에 없다. 경기에 필요한 선수들의 물 품들을 싣고, 내리는 것은 물론이 거니와 선수들이 휴게소에 들러 차에서 내렸다 탔다를 반복 할 때에도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물과 축축한 바 닥, 축축한 공기가 왠지 기운을 떨어뜨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합이라는 특성상 한 지 역에서만 시합이 열리지 않고 전국 방방곡 곡에서 열리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팔도 유 람 비슷하게 되어 버릴 때가 많다. 사회만 보지 않는다 뿐이지 가끔은 나 자신이 송 해선생이 되어 버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 다. 이번 시합이 열렸던 장소는 경남 창녕이 다.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강원도, 서울, 경 기도가 아니라 내가 사는 구미에서 그다지 먼 곳이 아니라 일단은 기분이 좋았다. 강원 도나 경기도, 서울에서 시합이 열리면 기본 4~5시간을 운전을 해야 해서 가야하는 데다가 가자마자 쉴 겨를도 없이 선수들의 몸무게 계체와 등록등으로 첫날부터 힘이 다 빠져 버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선수들 역시도 체중조절 로 인해 많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장시간 차 를 타고 가면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 눈 에 띄게 보인다. 물론 첫날의 피로함은 오래 간만에 만난 임원들과 감독님들, 선수들과 의 회포로 사라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합 이 아니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가지 않는 나로서는 시합을 이유삼아 시합이 마 무리 된 시간에 잠시 주변을 둘러볼 시간 을 가질 수 있는데 각 지역마다 가지고 있 는 특징과 매력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임에는 틀림없다. 창녕은 ‘우포늪’으로 도 유명한데 맑은 공기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관광이 아니라 시합을 왔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내어 자세히 다녀 볼 수 는 없지만 잠시 둘러보아도 늘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색 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 다. 사실 창녕은 집사람의 어 릴적 고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가 볼만한 곳이라 고 하는 것을 들었음에도 불 구하고 나는 시합이 있는 지 금에서야 이곳을 와 본 것이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여정과 시합을 위 해 이것저것 정신없이 준비를 해야 했던 나 는 첫 날은 거의 주변을 돌아 볼 틈도 없었 던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날이자 시합 마 지막 날, 모든 것이 어느정도 정리가 된 다 음에야 나는 이곳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작 지만 조용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지방에서 는 느낄 수 없었던 그 몽환적인 느낌이 늪 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느낌 때문일까? 아 마도 나는 이 자리에서 우슈라는 종목과 함 께하는 동안은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팔도 유랑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힘이 들고, 때로는 회의 감이 들기도 하 지만, 어디를 가 든 그 지역들이 가진 매력과 그 지 역 사 람 들 과 맺은 관계들 속에서 다시 자신 감과 용기를 얻기도 한다. 어떠한 지역은 고향만큼이나 자 주 방문하기도, 또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들 도 언젠가는 우슈가 지금보다 조금 더 사람 들에게 알려지고, 많은 지역에서 우슈를 하 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나는 선 수들과 함께 그 지역을 방문하게 되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보게 된다. 선수들에 게나 나에게 시합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차 를 타고 함께 가는 시간동안 알게되는 서로 의 존재와 낯선 곳에서 느끼는 친밀감과 오 묘함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이 일을 사랑하고 있나보다. 앞으로 나는 언제까지 방랑자 아닌 방랑자 생활을 하게 될까? 조금은 기분좋은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