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북반구 전체가 열섬처럼 뜨거워진 것 같다. 찜질방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 친구 김 여사도 이런 더위는 처음 본다며 연신 에어컨만 찾고 있다.벌통처럼 다닥다닥 붙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인해 도시의 공간은 그야말로 열통 그 자체이다. 지나가는 행인의 콧구멍으로 마구 더운 열기를 뿜어대도 항의할 방법이나 피할 도리가 없다. 그저 나도 빨리 에어컨 냉기 속으로 몸을 숨기는 방법외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전기가 끊어져 그야말로 동네 전체가 찜통으로 변했버렸다. 왜 원전을 중단해서 이 고통을 자초하느냐며 아우성이다. 전력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이 있는데 이를 쉽게 포기하느냐는 것일게다. 가정용 전기의 요금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누진제는 또 무슨 빌어먹을 누진제냐 라고 난리다. 원자력발전소 몇 기만 더 지으면 값싼 전기를 펑펑 쓸 수 있을 텐데, 제까짓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걱 정이 없을 텐데 왜 사서고생이냐는 말일 것이다. 남들보다 더위를 덜 타는 편이지만 나도 덥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나는 이 더위에도 에어컨을 구입하고픈 마음은 아직 없다. 끝없이 생산되어져 나오는 에어컨과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그리고 이를 돌리기 위해 필요한 전기와 발전소, 또 발전의 부산물인 가스와 원전폐기물, 수명이 다한 에어컨의 처리 등을 생각하면 그저 좀 덥더라도 여름을 부채와 선풍기의 1단 바람 정도로 견디는 편이 훨씬 속 편할 것 같다. 지금의 기후변화가 과연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지구의 자연적인 활동사이클에 기인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구의 인내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응석을 받아줄 만큼 무한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가버리기 전에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그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 지금 그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