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은 문제 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 항 속에 숨어 있다는 의미다. 가령 북한과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뒤 다시 개최된 고위급 회담에서 핵심 쟁점인 비핵화를 둘 러싸고 서로 이견을 드러낸 적이 있 다. 바로 비핵화를 위한 조치 이행을 위해 ‘디테일의 악마’가 작용한 것이 다. 이 말은 잘 나가던 협상이 세부조 항 암초에 걸려 결렬될 위기에 있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사소한 결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손을 쓰지 않 으면 큰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것 쯤 으로 이해하면 될까.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 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 걸린 비핵화 매듭 을 우선적으로 풀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디 테일의 악마’라고 얘기한 적이 있 다. 문 대통령은 “합의가 어려울 것 으로 생각지는 않지만, 목표를 어떻 게 실현화 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 안을 마련하는게 쉽지 않다”고 말 했다. 그러면서 “디테일의 악마, 그 것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 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도 오랜 기다 림 끝에 그 실현 가능성을 눈앞에 두 고 있기는 하지만 남과 북의 합의만으로 보장되지도 않고 주변 강국들 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많은 변 수가 가로 놓였다. 예상치 않은 일로 삐걱거릴 수도 있고, 국가를 대표하 는 정상들은 큰 틀의 합의만 이끌어 내고, 디테일의 문제는 실무자들에게 맡겨 ‘숨어있는 악마’를 분명히 찾아 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례가 지역에도 있어 상당 한 관심을 가지게 한다. 별빛중학교 유치 경쟁당시의 이야기가 최근에 지역간의 갈등요소로 등장하여 향 후 해결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별빛 중학교 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고 경면유치추진위원회가 유치경쟁 당 시 학교가 고경면에 유치되면 1억원 의 장학기금을 기부하겠다고 약속 을 했다는 것이고, 최근 그에따른 약 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설 립추진위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 면 고경면추진위원회가 현장부지 설 명과 교육청 설명회에서 “고경면에 학교가 유치된다면 1억원의 장학금 을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 공약이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 쳐 고경면으로 최종 선정됐다는 주 장이다. 문제는 학교가 개교한 이후 에도 고경면유치추진위원회의 장학 금 기부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으 며, 고경면유치추진위원회의 실체도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별빛중학 교 설립추진위원회는 이 문제와 관련해 수 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 면서 고경면 설립추진위원이었던 사 람들에게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 장학금 기부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 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에 는 연락조차 원만하지 않다고 주장 했다. 당시 고경면의 유치추진위원 을 맡았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 면 유치경쟁을 시작한지 10여일 정 도만에 투표로 최종 결정됐고, 이후 고경면추진위원회는 경황없이 해산 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그와 관련 돼 남은 회의록이라든지 자료가 없어 딱히 뭐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유치경쟁 당시에 타 면 지역의 유치추진 부위원장들한테 물 어보았다. 당시 1억 장학금 기부약속 당시 회의록이나 구체적인 합의사항 을 기록한 문서가 있느냐고. 없단다. 1억이라는 거금을 기부약속하는데 구두로 하다니 될 말인가. 바로 이럴 때 악마는 디테일에 있 으니 돌다리도 두드려봐야 하고, 유 리그릇처럼 조심스럽고 깨알같이 다 루어야 한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유치경쟁이 한창이던 당시 에는 급한 김에 재원마련을 위한 실 체적이고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덜 컥 일을 저질러 놓고보는 식의 배짱 과 그런 미숙한 장밋빛 공약에 흔들 려 유치결정을 내렸던 사람들, 그리 고 그에 부화뇌동했던 주변인들 모두가 공동 책임이 있다. 장학금 1억 의 빅딜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물론 이고, 합의 이후의 실행과정에서 디 테일의 악마는 순간순간 위력을 발 휘하지를 못했고, 중요한 일을 추진 하는 사람들이 긴장을 늦춘 꼴밖에 안된다. 그러나 숨어있는 악마와 숨 어든 악마는 구별해야 한다. 악마가 디테일에 숨은 것인데 다른 면의 사 람들이 찾지 못하는 것이라면 무능 이겠지만, 금전이라는 사익을 위해 교육의 역사를 바꾸는 일을 방해하 는 일부세력들은 디테일에 숨어든 악마다. 디테일이 원칙과 목표를 흔 들지 못하도록 치밀함과 유연함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숨어든 악 마들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빌미 를 주지 않게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 사회 분위기를 올리는 것도 필요하 다. 지금이라도 해당지역의 각종 사 회단체와 지도자들이 당시 내놓았 던 공약을 다시금 돌아보고 전향적 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를 바라보는 영천시민들의 증오스런 시선에서 벗 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