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가 인기를 얻으며 그것이 본격 정치행보라는 의심에 다시는 정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던 유시민씨(노무현재단 이사장). 그가 그런 선언을 한 이유를 보면 지역에서 정치에 발을 담궜던 사람, 또는 현재 발을 담구고 있는 사람, 그리고 정치에 발을 담구려고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정치를 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365일 ‘을’의 위치로 무조건 가야 한다”고 고백한다. 국회의원에 두번 당선됐고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낙선도 해본 베테랑 정치인이 밝힌 ‘정치를 할 수 없는 이유’다. 그의 고민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정치인의 삶은 고되다.
이같은 고민은 지역구 의원에게서도 깊게 배어 나온다. 물론 당사자로부터 직접들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얼마전 현직 의원의 지역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와 잠시 나눈 대화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역구 의원은 소소한 행사에도 얼굴을 내밀려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지역을 향해야 한다. 지금은 원내대변인에 원내부대표까지 중앙당직을 맡아 지역구행이 무척 어려운 처지다. 그럼에도 주말에는 피곤함과 어려움을 뒤로한 채 영천행 차를 타야한다. 한번만 빠지거나 좀 뜸해지면 “요즘 뻣뻣해졌다”거나 “지역은 안중에도 없다”는 등 온갖 질타가 쏟아진단다. 그런 말이 돌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이다.
연초에 보았듯이 갖은 단체에서 개최하는 신년인사회 자리에는 빠짐없이 찾아다녀야 하는게 정치인이다. 안가거나 못가면 단체 구성원들조차 “우리를 무시하나”라거나 “두고 보자”는 식이다. 게다가 인사 차례가 되면 요즘은 무조건(?) 큰절이라도 해야한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민들 앞에 ‘을’의 처지에서 머리 조아리는 일이 연일 이어지는데도 굳이 정치를 하려는 이유는 뭘까. 어느 노정치인의 우스갯말처럼 국회에서 장관들 불러다 조지는 재미일까.
눈을 지방으로 한번 돌려보자. 별반 차이도 없다. 웬만한 크고 작은 행사에는 다 눈도장 찍어야 한다. 하긴 선거때 머슴이 되겠다고 선언을 했던 처지니 그럴 수밖에 더 있겠나. 유지들이나 힘있는 이들 찾아다니는 건 기본이고 어려운 이웃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주민들과 접촉을 더 늘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의정활동에 반영해야 하는 처지다. 전국의 조롱거리가 된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사례에서 보듯 이제 정치는 ‘갑’이 아니라 ‘을’이라는 사실을 읽는다.
선출직은 나를 위한 ‘사익’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익’을 위해 일하라고 뽑은 사람이다. 공인이 공공의 법을 어기고 어떤이의 사익을 위해 일하는 행태는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일임에 틀림없다.
지역에도 올바른 정치가 정착되고 있는 것일까.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먼저 참다운 가치와 진실을 깨우친 정치인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권력과 지위와 명예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시대는 갔다. 아직 낙관하긴 어렵지만 현실속에 실현 불가능한 일인것 같았던 것에서 정치의 희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정치를 하는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첫번째는 돈이다. 정치를 하는 동안에는 몰라도 끝나고 다시 돌아가 살 수 있는 확실한 직업이 필요하다. 그런게 없으면 돈이 필요하니까 결국 검은 돈의 유혹에 쉽게 걸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리더십. 내편은 물론 나를 배신한 사람이나 집단을 내편으로 만들거나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끌고올 수 있는 확실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각자 본인의 방식으로 설 민심에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알기란 어렵다. 정치가 어렵고 정치인이 힘든 이유다. 그런 정치인들에게 “군의원을 잘못 뽑은 우리의 잘못"이라며 속죄의 108배를 올린 예천군민들의 호소가 우리지역에는 들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