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쩌란 말인가. 이미 나이는 먹어버렸고 그런 요구를 받으면 답답해진다. 거기다 잘 못한다고 닦달까지 해대면 낀세대인 현실이 심히 억울하다.
몇 년 전에 나온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86(1960년대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세대에 대한 냉소가 주된 내용이다. 이런 냉소가 요즘에 와서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거침없는 90년대 생들이 왔다. 지난번 U-20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예에서 보았듯이 세계속에서도 그들은 당당하다.
대부분이 베이비 붐 세대인 86세대들은 시대의 흐름에는 빠르게 대응하지도 못하면서 한국전쟁 전후인 4,50년대생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기술을 익히는데 매우 서툴고 게으르며 30년 가까이 회사 다니면서 엑셀 작업도 못해 맨날 후배에게 시킨다거나, 와이파이 잡는 법도 모른다고 핀잔을 받고있다.
얼마전 영천을 다녀간 박원순 서울시장도 모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꼰대 논란끝에 사과까지 한 적이 있다. 박 시장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더 나은 시장이 되겠습니다`란 제목의 동영상에서 "프로그램을 보면서 굉장히 반성을 많이 했다"며 "나름대로 직원들에게 잘해준다고 했는데 그게 제대로 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강추위가 몰아 닥친 새벽에 비서관과 함께 조깅을 하고, 비서관 가족의 저녁 식사 자리에 예정도 없이 동석하는 모습이 논란이 됐다.영천방문때 비서관에게 슬쩍 물어봤드니 ‘까였다’고 하긴 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눈치가 없다` `진짜 꼰대 같다` `설정도 있겠지만 직원들이 많이 힘들겠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얼마전 아들의 우월성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발언을 해 청년들에게 염장을 지른다는 비판과 함께 공감능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꼰대’ 발언”이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또 21대 총선이 10개월 정도로 다가오면서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꼰대정당 탈출’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한국당이 지난 시대 향수에 젖어 일방적이고 완고한 자기주장만 하는 당 이미지가 굳어져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내년 총선에서 결국 꼰대당 이미지를 벗어나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런 것이다.
모두 왜 이런 결론에 이르렀을까. 우선 젊은세대들과 공감 능력면에서 부족하다. 기성세대의 대부분은 공감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내 생각이 이러니 너희가 이해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나이가 권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그런 권위를 갖을 곳은 별로 없다. 이런게 꼰대질이다.‘꼰대 방지 5계명’이라는 게 있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라는 어렵고도 쉬운 말을 되새겨야 한다. 완고한 고집보다 이제 젊음의 상징인 유연성을 배워 익혀야 할 때다.
이런 꼰대라는 말이 요즘와서 갑자기 유행인 건 아니다. 자료에 의하면 ‘꼰대’라는 단어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60년대는 걸인집단에서 ‘영감 걸인’을, 또는 탈선 10대들이 `아버지`를 가리켜 쓰던 은어라고 나와 있다. ‘꼰대’는 꼰대질을 하는 주로 나이 든 남성을 가리키는 의미이며, ‘꼰대질’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꼰대화법 육하원칙이란 것도 있다. “내가 누군지 알아?(who) 네가 뭘 안다고?(what) 어딜 감히(where) 내가 왕년에는(when) 네가 어떻게 감히(how) 내가 그걸 왜?(why)” 안물안궁(안 물어보고 안 궁금)한데 쓸데없이 말하면 그건 분명 꼰대의 작태다. 또 ‘꼰대 체크리스트’라는 것도 있다. △사람 만나면 나이부터 묻고 어리면 반말부터 한다라는 항목부터 15개내지 20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꼰대인지 의심되는 사람라면 한번쯤 꼭 해봐야 한다. 필요이상 많이 해당되면 인격에 문제가 있는 진짜 완전 꼰대다.
그렇다고 그냥 막혀 있었어는 안된다. 꼰대라고 판단되면 벗어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먼저 공감하고 소통하려 노력해야 한다. 젊은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 우선 가족들에게라도 권위적인 모습을 벗어 던지고 대화를 많이해 소통하고, 그들의 언어를 하나라도 알려고 해야한다. 회사에서도 서로 세대가 다름을 인정하고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마침 16일부터 `직장 갑질 금지법`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본격 시행된다. 찔리는 사람 있을텐데 이참에 정신 차리고 직장문화 좀 바꾸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리고 먼저 폭력적 언어를 따스한 말로 바꾼다면 젊은이들이 먼저 긍정적인 변화를 보일 것이다. 차이를 단정해 버리는 차원에서 탈피해 왜 다른지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아울러 젊은이들의 이런 자긍심과 열정, 패기, 당당함이 21세기 우리사회 발전을 이끄는 긍정의 에너지로 활활 불타오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