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한바탕 축제로 북쩍이던 금호강변도 큰물이 지나고 나니 한층 깨끗해진 느낌이다. 주남벌에도 황금물결이 더해가고 머지 않아 마현산, 금강산성 주변은 울긋 불긋 단풍이 물들 것이다. 최근 지역도 인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니 좋은 징조이다. 일자리가 그 만큼 뒷받침되고 유동인구가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비춰진 영천의 이미지일 것이다. 얼마전 폴리텍대학 영천켐퍼스 단장께서 넌지시 던진 질문이 새삼 떠오른다.󰡐인구 10만도시의 가치가 무엇인지?󰡑나름 영천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분이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실 테지만 내 자신이 먼저 고민해 보고 물어 보기로 했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고 했다. 도시는 자연지형에 건축물이 채워지고, 이 속에는 사람들끼리 관계, 즉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고, 그 공동체 속에 ‘나’가 있다. 그래서 공동체의 첫걸음은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이다.󰡐나와 너󰡑서로가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할 때 좋은 우리,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갈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 ‘우분투’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인데 ‘우리가 있기에 나도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직도 수백개의 부족들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소통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말이라고 한다. 이 말 한마디로 수백개 부족을 서로 엮어 준다니 정말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우리에게도 그런 멋진 구호,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천주교에서 펼친󰡐내 탓이오󰡑이다. 겸허한 자기 반성으로부터 출발하여 국민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먼저 자신을 낮추고 남을 존중한다는 바탕에서 출발한 이 운동은 한 종교단체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정신운동으로 확산해 나가기도 하였다. ‘칭찬합시다’ 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각급 기관 홈페이지에 유지되지만 과거만큼 활발하지 못하다. 국제 통화기금 지원을 받고 많은 국민이 실의에 빠졌을때 칭찬에 인색한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등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념갈등, 지역갈등, 정파갈등 속에 대립과 반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마침 한 언론사에서󰡐존중과 배려󰡑를 키워드로 휴(休)운동(?)을 펼친다고 하니 더없이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이왕 시작한 이상, 한 언론사의 운동이 아니고 깊이가 더해지고, 체계적인 지역운동으로 승화․발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3백여년전 이중환은󰡐택리지󰡑에서 살 터를 잡는데는 4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다. 이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좋은 땅이 아니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살기 좋은 곳을 찾으려는 노력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구 10만 도시가 지향해야 할 가치, 삶의 터전은 과연 무엇일까? 아름답고 매력있는 도시,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착한 인심과 반듯한 행정, 즉 택리지의 3번째 조건, 인심(人心)에서 그 답을 찾아보면 너무 추상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