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9일 저녁 시내 상가는 적막한 감마저 돌며 꽁꽁 얼어 붙었다. 올초부터 불황의 그늘에 휩쌓인 지역 소상공인들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우려의 공포속에서지역경제가 최악의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
인근인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난 19일 영천시내에서 확진자가 한꺼번에 3명이나 나오면서 외부활동 자제 요청에 각종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5~6명씩 하던 소규모 모임조차 기피하며 소비심리가 위축돼 ‘완전히 멈춰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천공설시장을 비롯한 지역내 소규모 시장과 마트, 상가의 고객이 대폭 감소하고 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서민 생활과 밀접한 식당가나 여행업계의 피해는눈덩이처럼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각종 스포츠시설과 공공기관,문화시설 등을 잠정폐쇄하고 행사마저 취소해 방문객들의 발길이줄자 시내는 그야말로 쥐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암울한 도시로 변해 버렸다.
일부 상인들은 의심증세를 지닌 사람이 다녀가면 문을 여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며 아예 문을닫고,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고 경기가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58)는 “코로나19의 공포감 확산으로 여행심리가 얼어붙어 올스톱이다”며 “지역에도 확진자가 생겨 이제 해외여행은 물론이거니와 국내여행조차 수요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이어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의 표현처럼 ‘폭탄 맞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데 이런 사태가 지속된다면 여행업계 전체가 줄도산 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예식과 장례업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의 한 예식업계에 따르면 이번달은 비수기인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주말 2건의 예식이 예약돼 있었으나 무기한 연기됐고 이번 주는 아예 예약이 없다고 했다.
또 지역의 한 장례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역에는 업체 난립으로 지나친 경쟁 탓에 떨어진 장례비용을 음식비에서 이윤을 조금 남겼지만 조문객이 90%정도 줄고 유가족 끼리만 장례를 치러 그나마도어렵다”면서 “만일 이대로 4개월 정도만 간다면 줄도산할게 뻔하다”고 전했다.
21일 저녁에 찾은 망정동 상가쪽에는 ‘불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리가 휑했다. 화려한 간판만거리를 비출뿐 지나 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런 적은 진짜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예 저녁 장사를 포기하고 스스로 문을 닫은 상인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도 집밖으로 나가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장 모씨(37)는 “회사에서 설명회, 회의 등 공적인 일은 물론 사적인 일까지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주변 사람들 모두 이번 주말은 집에서 보내겠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보건소 근처에서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B씨(62)는 “코로나19 때문에 단체 예약은 모두 취소되고 혼자 또는 둘 정도 식사를 하고 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우리 가게는 12시 전부터 자리가 없을정도였는데 보시다시피 지금 점심시간인데 사람이 없다. 수입이 거의 반토막으로 줄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야채를 파는 상인들의 타격은 더 심하다. 시장 방문객이 많을때는 야채가 빨리 팔려 문제가 없지만, 손님이 없다보니 야채가 시들어 쓰레기로 버리기도 일쑤다.
식품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C씨(60·여)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야채가 잘 팔리지도 않고 있다.우리가 보통 도매시장에서 하루 2백만원 정도 물건을 가져 오는데 영수증 한번 봐라, 반의 반도 안되지 않느냐”며 “잠시라면 참을 수가 있지만 이 사태가 빨리 끝나지 않는다면 월세 내는 것도 힘들고 다망하게 생겼다”고 하소연 했다.
김용학 공설시장 상인회장은 “나도 43년째 시장에서 장사를 하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며 “시민들이 지나친 불안감으로 소비심리까지 위축할 필요가 없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보다는 감염 예방 개인위생수칙 준수에 중점을 두고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한편 영천시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침체된 내수 소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 시책을 마련해 적극 추진중이라고 밝혔지만 단기간 내 종식되기 어려워 지역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