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갈등을 자극하는 편견과 혐오가 남녀, 지역, 세대, 계층 등 전방위적으로 틈을 비집고 들어와 곳곳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남자라는 이유로,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상대 성으로부터 혐오를 받는 행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한남충, 김치녀 등이 대표적이다.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도 만만찮다. 최근 사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집단 유흥에 빠진 일부 젊은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면 언론이든 기성세대든 무차별로 분노를 표출해 버린다. 계층간의 혐오는 어린 아이들까지도 물들어 있다. 동심 가득해야 할 초등학생들 사이의 은어가 ‘휴거’라는 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휴거란 임대아파트인 ‘휴먼시아’에 ‘거지’라는 말을 합성한 말인데 서울 고급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른단다. 우리 사회가 중증 혐오증이 창궐하는 지경에 빠진 모습이다. 이제 지역 혐오를 보자. 얼마전 대구·경북 지역과 관련한 신종 코로나19 뉴스에 달린 포털 사이트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 대구·경북사람이라면 치가 떨린다” “대구·경북 탈출은 지능순” “대구·경북사람들은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라.” 등등. 하나같이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대구·경북으로 여기고 감염병 대규모 확산의 책임을 대구·경북 주민들에게 돌리는 내용이었다. 2월 18일 대구지역 첫 코로나19 확진자이자 국내 31번째 환자(61·여)가 발생한 직후부터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구·경북 시민들을 비난하고 혐오감을 드러내는 게시물들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신천지교회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의 고향이 청도라고 알려지자 대구·경북을 향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질병관리본부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대비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비율이 76% 정도되니 참으로 난감하지만 고의성이 있는게 아니다. 이제 우리 지역을 비롯한 대구·경북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확산세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 상황이다. 이런 확산세 둔화에도 지역을 향한 혐오는 멈출 기미가 없다. 지난달 24일 대구 출신의 한 10대가 부산의 클럽을 다녀온 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자 비판 여론에 또다시 기름을 부었다. 네티즌들은 “대구 사람들이 말썽이고 정말 때리고 싶다”는 취지의 비판을 쏟아냈다. 지역 혐오는 다시 살아났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창 쏟아져 나오던 2월 하순경 우리 영천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의 큰병원에선 영천사람 못오게 막는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출향인들은 영천출신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더라는 말도 들었다. 지금 예천이 그 꼴을 당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그 대척점에는 ‘호남 난닝구’나 ‘홍어젓’ 같은 표현이 있기는 하다. 우려스러운 혐오성 발언을 하는 사람의 목적은 따로 있다. 악의적으로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소수의 목소리라는 것도 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분열시켜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특정지역의 패권과 불평등을 정당화해 국가를 파괴하려는 기저질환을 생산한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우리사회 면역력을 떨어뜨리려는 비뚤어진 사고로 중대한 범죄행위다. 냉철하고 건강한 사고를 소유한 국민이라면 이래서도 안되지만 현혹 당해서도 안된다. 소설가 김훈은 말한다. 우리 사회가 ‘남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라고. 그러니 우리 사회가 “매일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로 해가지고 날이새는 사회가 됐다”고 개탄한다. 서두에 말한 모든 혐오발언의 문제점을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정부가 당부하듯이 차별이나 혐오를 멈추어야 한다. 이제라도 혐오증을 이길 면역력을 키우고 작은 희망의 싹 하나라도 틔워야 할 때다. 우리는 서로 미워하며 돌을 던져야 할 상대가 아니라, 함께하는 연대와 협력으로 화합된 사회를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다. 범위를 좁혀보면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한단계 높은 공동체 의식과 이성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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