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거리와 점포들, 마스크를 낀 시민들의 불안한 모습. 공포영화 같았던 지난 70여일. 다행히 지난 3월 7일 이후 2달여 지역에선 코로나19 확진환자 추가 발생이 없다. 코로나19와의 혈투에서 지역을 구해낸 사람. 감염병 관리의 최전선에서 고생한 사람, 최수영 영천시보건소장이다. 그는 말 한마디도 신경쓰는 매우 신중한 사람이다. 올해의 봄을 고스란히 코로나19에 내준 최수영 보건소장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제가 그리 잘난 사람도 아닌데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저를 믿고 감염병 위험에도 망설임없이 행동에 나서준 직원들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방호복을 입고 추울때나 지금같은 더위를 견디고 있는 공직에 입문한 지 1~2년 남짓한 젊은 친구들이 더욱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방역을 총괄하는 야전사령관 역을 맡았던 그는 모든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최 소장은 확진자가 처음 생겼을 당시 휴일 반납에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뛰며 헌신적인 희생을 해준 직원들을 먼저 회상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의 대처는?영천시보건소는 위기상황을 대비해 항상 교육하고 훈련하며 준비중이었다. 첫 확진자가 경북에서도 영천이 처음이었다. 우리는 평소 준비해 오던대로 했고, 추가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다. 감염병 매뉴얼을 바탕으로 질병관리본부, 경북도 역학조사반,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대응해 오고 있다.전쟁을 치르듯 감염병과 대하다 보니 초기엔 시행착오와 미숙한 일 처리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국내에 코로나19가 유입돼 환자가 한둘 늘어날 때인 사태 초기만 해도 그는 웃는 얼굴에 건강해 보였으나 열흘쯤 뒤에 본 최 소장의 모습은 많이 초췌해 보였고, 외모만 본다면 그 사이 한 1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난 듯했다. = 가장 위기때는 언제였고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한 순간도 위기가 아닌 때는 없었다. 굳이 말하라면 영천의 첫 확진환자 동선이 보건소를 거쳐갔고,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을 시작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될까 근심하던 시간이 가장 위급했던 것 같다. 보건소에는 감염병 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많이 있다. 직원간 서로 소통하고 대응 매뉴얼을 기본으로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 하면서 강의 징검다리 건너는 심정으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왔다.지역의 코로나19 환자 첫 발생후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웃인 대구와 청도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오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는 시민들의 문의전화에 방역 관련 업무, 각종 회의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보냈다. 50일 동안 집에도 못간 채 24시간 긴장 상태 현장근무로 보건소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가닥이 잡힌 때는 언제쯤이고 이후의 대처는?2월 18일 첫 환자 발생이후 3월 6일 36번째 환자를 마지막으로 8주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가 진정 국면이 되고 무엇보다 예방백신 개발 및 접종이 완료돼야 안심하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감염병 매뉴얼에 충실하면서 묵묵히 대처해 나갈 생각이다.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때 14명의 공중보건의와 직원들은 감염검사를 위해 몰려온 의심 환자들의 발열 체크와 검체 채취, 방문자 안내, 문진표 작성 등의 업무로 불철주야 뛰어다녔다. 하루에 많을 때는 70여명의 검체 채취를 한 적도 있다.= 일을 겪으면서 보람된 일과 아쉬웠던 점 한가지씩 말한다면?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건데 무슨 보람을 바라고 업무를 하겠는가. 우리가 해야할 일이고, 우리가 아니면 안되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굳이 보람을 찾는다면 시민들이 걱정없고 모두 건강하다면 그게 최고의 보람이다. 연일 확진환자가 나오고 지역 확산을 보일 때 시민들이 많이 걱정하고 동요하셨을 때 우리와 소통이 좀 아쉬웠던 것같다. 우리를 믿고 차분히 기다려 준 시민들의 높은 의식이 고맙다.그는 직원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할 때 시민들이 걱정 없이 건강한 모습을 떠올리고 그것으로 만족하자고 최면을 걸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한마디?우리 영천시보건소 직원들과 영천시 공직자들은 비단 이번 사태만이 아니라 어떤 위기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늘 시민들 곁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를 믿고 안심하고 생활하시라고 말씀 드린다.그는 연말이면 공직을 떠난다. 공직이란 곳이 원래 열심히 해도 티가 잘 안나며, 욕 안먹고 잘하면 본전이다. 후배 공무원들을 위해 이번에 체험한 모든 것들을 낱낱이 매뉴얼로 만들어 혹시 모를 감염증에 대비해 남겨주고 싶다는 포부를 남겼다.밤낮없이 일한 결과 추가 발생 환자가 없자 전 공무원들과 시민들은 감동했고, 그는 일약 영웅이 된다. 하지만 아직 최 소장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생활수칙을 철저히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여전히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