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폐기물 보관창고에서 또 불이 났다. 주민들의 반응이 ‘또’다. 지난 2일 오후 5시 45분경 금호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난 불이 온 지역을 시커먼 연기로 뒤덮었다. 소방서는 전 인력이 출동하는 대응 1단계가 발령됐고 헬기 2대에 소방차 20여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고 4일에야 불을 끗다.
이 업체는 4월 10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5월14일부터 8월13일까지 3개월간 공장 문을 닫을 입장이었다. 이에 업체는 27일 행정처분 취소소송까지 접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관중인 폐기물은 알고보면 거의가 불법 쓰레기다. 온갖 폐기물이 뒤엉켜 보관되는 이런 시설은 화재에도 취약해 한번 불이 나면 끄기도 쉽지 않은데 예방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도 않는다. 이제까지의 사례만 봐도 불법폐기물 업체의 불은 심각하고 악질적이다. 화재가 발생하는 시간대는 늘 휴일이거나 밤사이 시간대가 대부분이다. 불나고 좀 있으면 비가 내린다. 심증으로는 냄새가 물씬 나는데 명확한 물증을 잡지 못한다.
폐기물시설 화재로 매번 막대한 소방력, 행정력을 투입하고 이로인해 공권력의 공백 발생은 물론이고, 수질 및 대기오염 등 막대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더불어 주민들이 느끼는 정신적인 피해와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행정은 늘 불법사항이 드러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현행 법으로는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말만 거듭해댄다. 처벌이라고 하는 것도 영업정지, 조치명령, 과태료 처분과 경찰 고발에 이은 행정소송 등이다. 이런 미온적이고 솜방이 처벌에 업자들은 비웃고 있다.
불이 난 뒤에 보기 흉한 것을 치우라고 하면 업자는 처리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어 보인다. 스스로 처리하라고 권고하면 ‘배째라’ 식이다. 이렇게 말을 듣지 않으니 다급해진 시는 우선 쓰레기를 치워주는 행정대집행을 한다. 돈은 국비를 받는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혈세다. 지금부터라도 세금을 아낄려면 아주 강한 칼을 휘둘러야 한다.
우리지역에 확인된 것만 해도 북안과 고경 등 읍면에 쌓아둔 쓰레기 양이 5만7천여톤 안팎이고 정상적인 소각처리비용에만 100억이 넘는 돈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100억이 어떤 돈인가. 하지만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세금으로 불법 쓰레기를 치워줘야 할 형편이다.
지난 2월 5일 영천시의회 제204회 임시회 본회의장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선태 의원과 전종천 의원도 업자들 한테 구상권 행사를 통해서라도 비용을 받아내라고 주문했다. 이번엔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 또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비용과 그로 인한 주민 피해보상도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입각한 선예치제도 같은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리라 본다.
우리 지역주민들이 다시는 이같은 불길이 솟아 오르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라며 영천시와 의회는 머리를 맞대고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비슷한 사고를 그렇게 겪고도 그 때뿐인 관심으로 인해 아직까지 아무것도 바뀐게 없다. 이번마저 칼을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똑같은 모습을 거듭 볼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와 같은 대처라면 곳곳에 두더지 게임처럼 언제 어디서 머리를 내밀며 올라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