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은 의병의 날로 시작한다. 엊그제 1일이 ‘의병의 날’이었다. 의병의 날은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가 맨 처음 의병을 일으킨 1592년 음력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호국보훈의 달’ 첫째 날인 6월 1일로 정했으며, 2010년 5월 정부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기념행사 개최지 선정을 위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받고 있다. 또 이듬해부터 공모에 선정된 지자체를 돌며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행사를 치른 지자체를 보면 1회는 경남 의령군, 2회는 경북 청송군, 3회 충북 제천시, 4회 강원 춘천시, 5회 전남 장성군, 6회 충남 청양군, 7회 충남 당진시, 8회 경북 문경시, 9회 경북 영덕군 그리고 올해 10회 행사는 충남 홍성군에서 열렸다. 매년 역사 속에서 의병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의미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정했다는 논리다. 나라나 지역이 위기에 빠질 때면 발현되는 한민족 안의 의병 DNA. 역사속 무수한 침략에도 우리가 스스로 찬란한 역사와 민족 문화를 지키고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관심 부족이든 뭐든 제정 10주년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은 이 날이 대한민국 법정기념일이라는 사실과 행사가 열리는 지도 모르고 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사실 의병으로 말하자면 우리 영천도 만만치 않다. 영천사람 중에서 "의병 그거, 옛날 학교 댕길 때 국사교과서에 나오던 그 뭐..." 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푸쳐핸섭이다. 알다시피 우리 영천은 임란 당시 이순신의 명량대첩과 비교하며 가장 통쾌한 승리로 불려지는 ‘영천성수복대첩’ 때 수많은 민초들로 이뤄진 ‘창의정용군’의 국난극복 정신이 녹아있고, 구한말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반일 감정이 극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의병이 봉기할 때 영남지방을 대표하는 대규모의 의병부대로 정환직·정용기 부자가 이끈 ‘산남의진’이 있는 자랑스런 고장이다.사실 의병은 지역민들로 이루어져 향토지리에 익숙하고 지역 조건에 알맞은 무기와 전술을 터득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지리에 어두운 적들을 후방에서 혼란케 하고 격퇴시키는 데 선봉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전란 초기 관군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빈자리를 충분히 메우면서 전세를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결정적인 수훈을 세울 수도 있었다. 이처럼 나라나 지역이 어려울 때 오로지 나라와 지역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어떤 대가도 원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나 싸운 이들이 의병들이다. 우리민족 역사 속에서 뿌리 깊게 내려온 의병의 기상은 굽힘 없는 항전의 역사다. 또 아프고도 슬픈 역사인 동시에 우리의 자부심을 일깨우는 우리의 굳건한 기상의 역사다. 이제 이름없이 사라져간 의병들의 정신과 항쟁사를 우리가 역사의 틀 안에 가둬 놓기보다 밖으로 끄집어내 나라의 공인하에 우리 식으로 재조명해 볼 필요성과 계승방안도 찾아 보아야 할 시점이 됐다. 지금, 독립된 조국의 후손으로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이 그 분들을 ‘기억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기리는 행사라도 제대로 예를 갖춰 여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 문화재 유산만 놓고 봤을때 인근 경주에 비하면 우리는 흙수저일 수 있지만 의병 자산으로 말하면 결코 다른 지자체에 뒤지지 않는 금수저 축에 속한다. 컨텐츠 개발이나 박물관 건립, 역사테마 관광코스 개발 등에 관한 일들은 이미 갖춰진 기념 사업회들이 있으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거라 믿는다. 내친김에 좀 더 간다면 호국과 충절의 고장이라 불리는 우리 시의 자체 행사뿐만 아니라 정부 법정기념일인 ‘의병의 날’ 기념행사도 한번쯤 영천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행안부에 공모를 신청해 보는 것이 지자체장과 우리 후손들의 도리와 의식이라 생각해 본다. 의병 정신을 우리 식으로 잘 승화시키면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을 통합하고 더 나은 공동체로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쓰기에 충분하다. 관계자들의 전향적인 자세로 그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