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7월 24일 자기 지역구 토크콘서트에서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지칭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강따라 주위에 아파트만 즐비해 역사나 문화 이야기는 없고 온통 부동산 이야기 밖에 없으니 천박하다는 내용의 말이다.정치인에 집권당의 대표가 한 말이라 `막말`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방 소도시에 사는 우리로서는 수긍이 가면서 시의적절한 면이 적지않다. 실제로 한강변의 아파트는 욕망과 부의 상징이 돼버렸고 그런 것을 지켜보며 역사나 문화보다 집값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온갖 투기와 난개발이 이뤄졌던 서울의 지금 상황에 대한 솔직한 표현일 수 있다. 나의 어릴적 동네친구도 어찌어찌해 일찍이 서울로 갔다. 촌놈이 그것도 흙수저 물고 태어나 맞는 서울생활이 결코 호락호락할 수 없었다. 결혼하고도 20여년을 전세로 떠돌다가 10년전에 아파트 하나를 2억5000만원에 분양을 받았다. 20년간 대출금 갚을 일이 캄캄하다던 친구의 낙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집값이 뛰기 시작하는데 2013년에 4억원, 2016년에는 5억원을 넘었고 2020년 현재 10억이 가깝다고 한다. 처음 집 살 때는 집을 꼭 사야 하느냐며 가족끼리 갈등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꽃이 피었다는 웃픈 이야기. 서울엔 이런 사람이 많다.부동산을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으로 아는 사람들. 아파트를 포함해 집을 몇 채씩 가진 국회의원이 부동산 관련 법을 만들고, 그런 고위 공무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나라. 아파트값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이유, 대책 하나씩 나올 때 마다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경련증세까지 보이는 이유를 알만 하다. 아파트에 인생을 거니 남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살면서도 공동체나 구성원에 대한 배려는 없다. 인간의 기본 욕망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렇도록 물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을 우리의 지도자들이라고 해야 되나. 올들어 국토의 10% 정도에 불과한 수도권 땅에 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기며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게다가 수도권 경제의 규모가 나라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라는 통계도 있다. 서울이 가진 힘의 원천은 무엇이고, 쉽게 서울생활 정리해 고향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 끼리 맺고 있는 네트워크가 좀 복잡하단다. 모두가 이러니 주택 문제는 심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십수년간 정부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펴도 눈 하나 깜짝않고 그대로 서울에 눌러앉아 있다. 직장이 옮겨가도 이사는커녕 힘든 출퇴근을 감수하거나 두 집 살림을 차린다. 지방은 소멸한다고 인구늘리기에 목하 아우성을 쳐대도 오불관이다. 가뭄에 웅덩이 속 올챙이 끓듯 사는 이유가 있다. 살아보면 안다. 복닥이면서도 삶의 질은 높단다. 강남 4구에 주택을 보유한 의원이 총 27명인데 그중에 서울이 지역구인 의원은 1명뿐이란다. 오죽하면 영천을 사랑한다던 전직 시장도 끝나니 서울로 가드라. 땅값이 치솟고 작은 아파트 한 채만 거느리고 살아도 서민이 아닌 억만장자의 반열이다. 그러니 모두들 똘똘한 서울 아파트 한 채 잡아야 한다고 눈에 불을 켠다. 목숨걸고 장만한 내집인데 정부가 나서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니 ‘그냥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며 저항의 투지를 불태운다. 어떻게든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키는 방안으로 행정수도 이전카드를 꺼내드니 또 저항한다. 승자독식의 논리에 빠져 눈곱만큼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집단이기주의다. 집값 오를때는 표정관리 하다가 손톱만큼의 손해에도 과민반응이다. `천박한 도시`라는 소리가 이래서 나온다. 지역균형발전에 ‘고르게 잘사는 나라’를 기치로 내세우는 행정수도 이전을 적어도 지방에 사는 사람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영천을 지속가능한 삶이 있고 공동체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매력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멋지고`, `힙한` 이곳으로 천박한 도시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오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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