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휴가철이다. 긴 장마 끝에 맞는 무더위속 휴가. 모두들 여기저기로 떠난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여행도 어려워지고 또 국내 여행 위주인데 얼마전 캠핑장에서 또 확진 환자가 나와 염려스럽기는 하다. 휴가는 쉼이다. 일을 멈추고 일터나 일상을 떠나 편안히 쉬는 것이 휴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떠날 뿐 제대로 쉬지 못한다. 휴가를 휴가답게 쓰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휴가를 마친 뒤에는 더 피곤함을 안고 돌아오기도 한다. 왜 그럴까.기공을 공부해 보면 사람은 늘 기(氣)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기는 모든 생명의 근본이다. 우리말 중에는 기분이 좋다, 기운이 세다, 기가 막힌다, 기력이 왕성하다, 기를 쓴다 등과 같이 기와 관련된 말들이 일생생활 주변에 대단히 많다. 기와 연관된 말들이 이렇게 많이 쓰이는 것은 우리 안의 기와 우리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이 기를 보호하기 위해 하루 세끼의 밥을 먹고 또 다른 음식도 먹는다. 음식을 먹음으로써 에너지를 몸속에 쌓고, 그 쌓인 에너지를 쓰면서 활동한다. 활동은 몸에만 해당되지 않고 마음과 정신을 쓸 때도 에너지가 쓰인다. 마음은 감정을 다스린다. 감정이 격해지면 쉽게 허기가 진다. 너무 좋아하거나 슬퍼한 뒤에 많이 먹는 것은 감정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탓이다. 정신도 비슷하다. 여기서 마음과 정신이라는 것이 앞서 말한 기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말중에 기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 인체의 에너지를 소비시키고 생성시키는 작용과 관련이 있다. 기력이 거의 다 소모된 상태를 기진(氣盡)이라 하고, 맥이 거의 끊어진 상태를 맥진(脈盡)이라 하는데 기가 끝나면 맥도 끝난다는 것이 기진맥진이다. 이렇듯 기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기를 사용하고 나면 다시 그 기를 보충해 주어야 한다. 우리 몸에 새로운 기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과정이 곧 운기조식(運氣調息)이다. 운기란 기운을 온몸에 돌게 하는 작용, 즉 기의 순환을 말하고, 조식이란 숨을 고르는 작용이다. 단전이나 기공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신은 몸을 고르는 것이고, 숨을 고르는 것은 조식, 마음을 고르는 것은 조심이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서 기를 쓰고 다시 모으고 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우리가 깊은 잠을 자고 나면 피곤했던 몸이 가뿐해짐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잠을 자는 사이에 호흡을 통해 소비된 기를 생성시켜 보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가는 몸 뿐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까지 함께 제대로 쉬는 운기조식을 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 정신까지 같이 쉬기, 즉 운기조식이 그닥 쉽지 않다. 산사 체험이나 명상 캠프 등이 그에 가깝지만,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경우 그런 기회를 갖기는 좀처럼 어렵다. 올해는 여름 휴가철이라도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포스트코로나시대, 이동할 때도 대중교통이 아닌 승용차로 하고, 가족끼리 식사를 하며, 번잡함 보다 명상을 즐기는 쪽의 휴가가 뉴노멀이 됐다. 휴가는 해외가 아닌 국내, 도심이 아닌 농산어촌의 자연생태 여행 정도여야 하고,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로 지친 몸과 마음, 정신을 달래야 한다. 그 속에서 지혜롭게 기를 채우는 방법이 필요하다. 코로나의 대확산으로 예년 같은 휴가가 힘들어진 지금에사 멍때리기라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파스칼은 “인간 불행의 유일한 원인이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여름휴가는 번잡스레 다니지 말고 혼자만의 휴식시간을 집에서, 자연속에서, 또는 내 안에서 찾아봐도 운기조식에 괜찮은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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