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분만산부인과 건립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몇가지 장면에서 당사자들의 무개념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넘어 때론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특히 준공이 가까워지는 최근의 일련의 상황들은 더욱 그렇다. 정확히 2018년 8월3일 최기문 영천시장과 (가칭)효성여성아이병원측 박기호 대표가 분만산부인과 유치.지원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는다. 이해 9월에는 복지부에서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사업비 12억5천만원(국비 50%, 도비 15%, 시비 35%)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 당시 병원측은 3차년도에 걸쳐 100억원 정도의 시설투자를 한다고 했다.거기다 시의회도 개인병원이 건축비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집행부의 요청으로 조례까지 바꿔가며 8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주었다. 병원 운영비도 매년 5억원씩 주면서. 그런데 금방 착공해 개원할 것 같았던 병원은 법인전환이니 뭐니 하며 지연됐고, 첫삽을 뜨는 모습은 1년여가 지난 작년 8월 말일에야 이루어졌다. 당시 준공 날짜는 올해 3월말이라고 했지만 또 석연찮은 이유로 개원은 미뤄지고 또 늦어지면서 아직도 명확한 개원 소식은 없다. 시민들은 이미 경마공원을 비롯한 숱한 대형 사업들의 연기와 지체, 무산에 이제 체념한 듯 시가 하는 일이라면 눈만 끔벅이며 신경도 쓰지않는 분위기다. 숱한 희망고문을 당해온 학습효과다. 시민들이 아쉬워 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의 뒷모습을 보면 병원 광고가 실려있다.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에 병원 이름이 바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진료과목도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궁금해 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를. 그러면서 온갖 추측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기업인 병원의 욕심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끌려다니는 인상을 주면서도 이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행정이 더 밉다. 나아가 시민들은 편법으로 병원앞에 버스정류장을 내주고 시가 지원해준 돈으로 병원측이 불법건축물까지 짓는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하기 시작했다. 민심(民心)은 위정자를 지키는 갑옷이고 그게 없어지면 위정자는 벌거벗은 것과 같다. 민심 살피라고 각계각층의 동향 써올리고 시정을 담당하는 부서도 따로 둔다. 행정이 하는 일이 때론 성공하기도 하고 때론 실패하기도 한다. 사안에 따라 민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될 때도 있지만 주민들이 숨가빠할 때는 뭔가 민감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시가 하는 모든 일들은 시민들을 위해 하는 일이고, 일을 하다보면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계획했던 일이 바뀌면 무슨 사유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끔 알려야 한다. 자랑할 만한 일에는 대형 현수막까지 동원해 지나칠 정도로 홍보해 대면서도 정작 알아야할 중요한 정보는 깜깜이다. 시민을 상대로 어른이 애한테 하듯 ‘니들은 알 필요없어’라는 태도다.위정자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것도 역시 민심이다. 일이야 실무자가 하는 거지만 책임은 위정자의 몫이다. 시장을 둘러싼 어느 누구 하나 `문제는 시장님입니다`라고 입 한번 뻥긋하지 못한다. 변하지 않으면 마음 떠날 수 있고 떠나면 돌아서기 힘든게 사람 마음이다. 현명한 사람은 하루에도 세 번씩 스스로를 돌아 본다는데 여기 관계자들이 ‘나는 누구이고 지금 뭐 하는 건가’라는 뼈아픈 반성을 땅을 치며 한번정도는 해봐야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