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원해서 봉사하는 것이 자원봉사다. 자원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만나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자신의 생업은 제쳐두고 돈도 안되는 자원봉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 이런 마음자세의 전환이 이들에겐 쉬운 일이었을까.
전문가들은 자원봉사 활동이 이제 시민정신의 기둥으로 정립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도 봉사활동에 대해 특수한 사람만이 하는냥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자기 나름의 재주나 능력을 나누고 베풀면서 마음이 즐거워진다는 봉사활동. 지역의 한 봉사단체인 징검다리봉사단의 박대진 회장을 만나 자원봉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는 있지만 봉사를 하러 가자고 권하면 꼭 조건을 답니다. 생활이 좀 안정되거든, 또는 아이들 다 키워 놓고... 여러가지 이유야 많겠지만, 그 지점에서 우러나는 나 아닌 남을 위한 순수하고 진정한 마음이 바로 봉사정신 입니다.”
검게 그을린 징검다리봉사단 박대진 회장의 말은 단호했다. 그는 마침 취재를 위해 들런 영천시자원봉사센터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이날도 지역 모회사 식당에서 교체하고 나오는 집기들을 인수하러 가기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휴일인 지난 9일에도 박회장을 비롯한 징검다리봉사단 회원 15여명은 남부동 소재 취약계층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이 하는 봉사활동은 공식적으로 분기별로 1회씩, 연 4회 지역의 어려운 가구를 발굴해 주택수리봉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연 수십회가 넘는다. 봉사단은 평소에도 자원봉사센터에서 의뢰가 들어 오면 수시로 홀몸노인 가구에 도배 및 장판 교체작업을 포함한 전선정리 작업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계절이 바뀌고 동절기에 들기전 추위에 취약한 흙벽을 판넬로 보수하는 등 겨울철 대비 보온공사를 통해 깨끗하고 포근한 주거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자원봉사센터의 조규성 팀장도 징검다리봉사단의 활동에 많이 의지한다며 웃었다.
이날 봉사단원들은 태풍에 찢기고 날아가버린 지붕 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있던 도남동 거주 독거노인 집을 찾아 비바람으로부터 더욱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붕수리 봉사활동을 펼쳤다. 징검다리봉사단의 활동은 이미 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 50여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매월 2만원의 회비를 내며 하나같이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쳤다고 박 회장은 자랑한다.
2007년에 구성된 봉사단은 처음에는 급식 및 도시락 배달 봉사로 시작했다가 각자의 재능을 파악하고 전기배선 공사와 집수리, 도배장판 교체 봉사로 점차 영역을 확대해가며 14년째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봉사단이 받은 상만해도 수십 차례다. 그동안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포함해 경북도지사상, 경북도 자원봉사센터 이사장상, 영천시장상 등 단체와 개인이 받은 수상이 널너리하다.
징검다리봉사단의 집수리 활동은 영천시자원봉사센터가 응모한 우수 프로그램 공모사업에도 선정된 최우수 프로그램으로서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가구에 지붕수리를 비롯한 싱크대 교체, 도배 및 장판교체 등 봉사가구에 필요한 생활환경 개선작업이면 뭐든지 다한다. 박 회장은 “우리가 처음엔 집수리를 위해 나가지만 실제로 현장에 가면 눈에 보이는 것이면 하나라도 처리를 안할 수가 없드라”며 “전기는 물론 TV나 컴퓨터까지 고쳐주는 맥가이버들이다. 같이 해보니 참 좋은 분들이 많더라”고 말한다.
지난해 성내동의 러브하우스 주거개선 집수리 봉사때는 7일동안 이어서 회원들이 돌아가며 생업에 종사하면서 짬을 내 일을 마치기도 했단다. 그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봉사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비참여자들이 많다”면서 “자원봉사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번 계기를 마련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동기만 심어준다면 스스로 하고 싶은 일, 또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며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이기심이나 공동체 의식 불감증을 치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최기문 시장도 특별히 방문해 독거 노인분에게 안부를 전하고, 재능기부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징검다리봉사단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최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