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의 인구문제를 맡고있는 인구정책과 직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펼치는 인구늘리기의 고뇌와 노력을 따라가다 보면 눈물겨울 정도다. 심지어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식당 카운터의 주인에게 언제까지 몇 명 데리고 올건지 약속하라는 협박아닌 협박을 하는 모습도 본적이 있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가운데서도 그들의 이런 노력이 있어 영천은 그나마 인구가 쪼그라 들지않고 대폭은 아니라도 늘어난 몇 안되는 지자체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의 이웃인 군위·의성군은 올해 7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수 1·2위를 다투는 지자체이다. 이들 지역은 연간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3배에서 최대 6배 정도고, 인구 자연감소현상이 심각하며 65세 이상 인구도 40%에 이르는 등 초고령화에 접어들어 자치단체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 주민들의 희망은 통합신공항이 이전하기만 하면 대구시와 통합도 하고 지역이 크게 발전하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신공항이 이전해 오면 엄청난 일자리가 따라 오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안고있는 인구문제는 바로 ‘저출산 고령화’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8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사정이 이런데도 나라와 지자체는 아이 낳으면 현금을 준다는 달콤한 약속을 하는데, 그래도 안낳으니 금액만 야금야금 올린다. 그럼에도 현실은 왜 자꾸 반대로 가는걸까. 문제해결 방법의 출발이 잘못된 것이다. 누차에 걸쳐 말을 했지만 원인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 국가발전에 밑거름이 될 아이를 돈으로 권장하려는 출산 정책에는 모순이 있지만 취지에는 나름대로 공감이 간다. 임시대책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대책으로 말하면 그것은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취직을 못하는데 무슨 결혼이며, 아이를 낳아 어떻게 남부럽지 않게 키우라는 것인가. 그러니 부담없이 혼인하고 아이도 낳을 여건의 조성이 시급하다. 아이 하나 낳았을 때 따르는 희생과 비용이 한 달에 100만원, 25년이면 3억에 이르는데 젊은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가 찌질하게 그 돈 받자고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고. 다시 말하지만 결론은 정주여건을 마련하는 것.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할 수 있는 환경,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 맘 편히 기를 수 있는 육아환경을 만드는게 최우선이라고 조언한다. 바로 그거다. 대기업 유치 등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그다음 출산이나 보육지원을 통한 인프라를 갖추면 된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소리는 잘 안들리고 출산율보다는 지지율이 더 중요하니 우선 돈을 뿌려서라도 인기를 얻겠다는 심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있는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제법 축복받은 세대라 자부한다.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전쟁을 경험하고 산 세대도 아니요. 요즘 애들같은 실력과 노력 없이도 일자리와 그만저만한 집을 가질 수 있는 시대를 살았다. 따져보면 다른 세대, 특히 요즘의 자녀세대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실력도 좋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인데도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깜깜한 터널 속이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기성세대가 이 미안함을 해소하기 위해선, 자녀 세대가 그래도 이 땅에서 살아갈 만하다고 여길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무력감만 느낀다. 오늘도 인구늘리기에 마지막 발버둥 치듯 온힘을 쏟고있는 사람들이 있고,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힘들어 하는 자녀세대들이 있다. 뭔가 뚜렷한 해결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이 모순속 기성세대인 나는 앉은뱅이 용쓰듯 손에 땀만 쥘 뿐이다. 양질의 직장에 취업하기 어렵고, 자식 낳아 키우기 어려운 세대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모순이다. 이런 심각함은 기성세대가 풀어야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이익과 관습에 사로잡혀 자녀세대의 고통과 바람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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