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영천 구곡원림의 현황
영천은 경상북도 동남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고을로 동쪽으로 경주시와 포항시, 서쪽으로 경산시와 대구시, 남쪽으로 청도군, 북쪽으로 청송군 및 군위군과 접하고 있다. 영천은 산지가 69%를 차지하는 산악지형으로 태백산맥에서 뻗어나온 보현산이 자리하고 서쪽에는 팔공산, 동쪽에는 운주산이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높고 깊은 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모여서 큰 내를 이루니 자호천, 고경천, 신녕천, 고현천 등이다. 자호천과 고경천이 합하여 남천이 되고, 신녕천과 고현천이 합하여 북천이 되며 다시 이 남천과 북천이 합류하여 금호강 상류로 흘러든다. 이처럼 영천은 이름난 산과 굽이진 내가 발달한 산수의 고을이다. 여기에 이름난 선비들이 은거하였으니 구곡원림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영천에는 현재 2개의 구곡원림이 존재하는데 횡계구곡橫溪九曲과 성고구곡城皐九曲이다. 횡계구곡은 화북면 횡계리 일대에 설정된 구곡으로 훈수塤叟 정만양鄭萬陽(1664~1730)과 지수篪叟 정규양鄭葵陽(1667~1732)이 경영한 구곡원림이다. 횡계구곡은 보현산에서 흘러내리는 횡계를 따라 태고와太古窩 옥간정玉磵亭 등 아홉 굽이를 설정하였는데 아래쪽에서 제1곡을 시작하여 원두에 제9곡을 설정한 구곡원림이다.
성고구곡은 영천시를 관통하는 금호강 상류에 설정된 구곡으로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1653~1733)이 경영한 구곡원림이다. 금호강과 영천성을 따라서 아홉 굽이를 설정하였는데 원두에서 제1곡을 시작하여 아래쪽에 제9곡을 설정하였으니 주자의 무이구곡의 차례와 상반된다. 병와가 어떠한 이유로 무이구곡 차례와 상반되게 아홉 굽이를 설정하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주자의 무이구곡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외람되다 생각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