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결정됐다.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는 말로 ‘내로남불’과 괘를 같이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반복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예를 들면 이렇다. 내가 운전할 때 천천히 지나가는 행인을 보면 욕하고, 내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빵빵대는 운전사를 욕한다. 도로 위에서 앞서가는 남이 천천히 차를 몰면 소심운전이고 내가 천천히 가는 것은 안전운전이다. 남의 집 애들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운 탓이고, 내 자식이 어른에게 따지는 것은 자기 주장이 뚜렷해서다. ‘그때 그때 달라요’라는 뜻도 숨어 있는 이 말은 자신의 유불리와 상황마다 변하는 부정적인 말이다. 인간의 욕심엔 끝이 없다. 그 욕심이 타인을 향할 때 그것은 질투가 되고, 좀더 이기적으로 변할 때 아시타비가 된다. 자신을 합리화할 때 쓰는 인간의 가장 이중적인 모습에 꼭 맞는 말이다.자신의 처지에 따라 유리한 대로 입장과 자세를 바꾸는 것이 개인이 생존하는 한 방법일 수는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스스로 다급할 때는 사정하고 매달리며 부탁하다가 여유가 생기면 배짱을 부리는 일과 같아 말만 들어도 피로도가 높다. 이런 말이 우리 사회의 많은 이에게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생각할수록 서글퍼진다.사회학자인 강준만 교수는 내로남불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100여년 전 프로이트가 제시한 ‘사소한 차이에 대한 나르시시즘’이라는 개념을 꼽는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격렬하고 화해가 불가능한 다툼이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인데, 내가 행위자일 때와 관찰자일 때 생각이 한결같지 않은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편향 때문이라고 한다.내가 했을 때와 남이 하는 것을 바라볼 때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이중 잣대는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방어기제다. 그래서 우리는 남을 혹독하게 비난하다가도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하면 비난의 잣대를 없애버리거나, 낮은 수위의 비난으로 변명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은 그것이 훗날 부메랑처럼 되돌아 와 타인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빅데이터가 존재하는 현대에 정치인은 특히 더 그러니 조심할 일이다. 일관된 사고의 개념이 없다면 언제 불쑥 튀어 나올지도 모르는 말과 글을 조심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한테 유리하게 말을 바꾸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아시타비의 사고는 자신의 공신력만 떨어뜨린다. 신뢰가 떨어지는 사람이나 조직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는 없다. 혹여 운좋게 소수 가까운 지인들에 힘입은 믿음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순간의 모래성일 뿐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라는 말처럼 무슨 이슈든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는 있다. 물론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더 좋겠지만 개인도 그렇고, 조직의 정책이나 인사 문제도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럴 때 갖추어야 할 태도다.억지와 무리한 자기합리화만 고집하면 목표를 이루기도 어렵고, 결국 트집 잡고 서로 싸움만 하는 원인이 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나브로 쌓아나가는 것이다.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입장을 바꿀 때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시타비의 오해를 벗고 다수의 마음을 얻는 길이다. 양심의 거울에 한번쯤은 자기를 비춰보고 역지사지도 해야 한다. 올바른 비판을 하려면 자기가 경험했던 것이나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시각과 시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대편에도 한번 서 보고 한쪽으로의 치우침을 경계해야 모든 것과의 대립도 끊을 수 있다.아시타비의 세상에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원칙이다. 내 사랑이 로맨스면, 남의 것도 로맨스라는 원칙. 그러나 저러나 나는 스스로 돌아보며 아시타비하는 일이 없는가 철저히 반성부터 해 볼일이다. 어울려 사는 인간사회에서 누가 누구를 쉽게 탓할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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