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처음 정부나 지자체에서 현금을 주는 출산정책을 꺼냈을 때 어릴적 말 안듣고 저지레하는 애한테 동전 한푼 내주던 부모가 생각났다. 문제 해결을 보다 근본적이고 원천적인데서 원인을 찾지 않고 임시방편과 미봉책으로 모면하려는 발상이다.출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더 많은게 현실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현금 중심의 출산정책과 편법으로 주민등록인구 늘리기는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살기위한 고육지책이란걸 모르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보다 긴 안목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세상 살면서 별별 신조어 다 들어봤지만 이런 말조차 들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현상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 정책이라며 엄청난 돈을 쓰고 있음에도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더 많은 현실이 된 것이다.행안부 주민등록인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인구수는 5천182만9천23명으로 2019년(5천184만9천861명)보다 2만838명(0.04%) 감소했다. 통계상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1962년 주민등록제 도입 이후 58년 만에 처음 현실화 된 것이다. 지난해 우리 영천도 출생이 574명이고 사망은 1,215명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지 오래됐다.수도권과 일부 지방을 제외한 국내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악화 일로고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이 현상이 앞당겨지고 있다. 합계 출산율 0명대가 이어지면서 이미 예견된 문제이기는 했다. 청년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걱정할 여유도 관심도 없다고 말한다.특히 젊은 여성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능력있는 선배가 육아휴직 끝내고 돌아오면 한직으로 밀려나고, 그럼에도 버티다 일과 육아 사이 균형이 안맞아 고민 끝에 육아를 택하면 경력단절 여성이 되고 만단다.게다가 독박육아는 물론이고 남편과 함께 모두 지치고 여유는 없어진다. 혼자 살기도 빠듯하고 벅찬데 평생 책임져야 할 존재가 생긴다는 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부담이다.삶의 섭리나 순수한 로맨틱에 의해 멋모르는 행복과 기대감에 사로잡혀 하는 결혼과 임신, 출산은 삶의 기류가 달라지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한다.남자 청년들도 똑같다. 먹고살기 바쁜 현실에 치여 빠듯하긴 오십보 백보다. 청년 실업자에 집도 없는데 과연 ‘낳으면 뭔가 주겠다’는 사탕같은 말이 귀에 들어오겠나.그들은 취업 준비때는 물론, 이후에도 지나친 경쟁에 치이고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고 뭐고를 떠나 결혼과 출산은 언감생심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쏟아붓듯 내놓은 갖가지 저출산 대책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은 진짜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이런 젊은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를 종합해 봐도 단기성 현금지원 위주의 대책과 지원제도가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출산이후에 짧게 한동안 지급하는 돈 말고 전체 육아 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출산 정책이 유인책으로는 의미없다는 반응이다.즉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파악해 무조건 삶의 질 전반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안전한 사회와 경제환경 등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정주조건을 만드는 것이다.결국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푸는 일은 온전히 정부의 몫이다. 나라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편법의 인구 늘리기는 의미가 없다. 전남 해남의 예만 봐도 이것은 지원금 먹튀만 만드는 풍선효과에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안타까운 것은 이런 문제가 예견된 지도 벌써 10년은 훌쩍 넘었을텐데 아직 제자리를 맴돌며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영천시의 출산장려 비전이라는 ‘아이가 미래로 이어지고, 가족이 희망과 이어지며, 영천이 행복으로 이어’질려면 근본대책에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젊은이들의 말처럼 이런 세상을 미래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