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곡 옥간정玉磵亭횡계구곡 제4곡은 옥간정玉磵亭28)이다. 횡계구곡 제3곡 태고와太古窩에서 약 150m를 거슬러 오르면 옥간정에 이른다. 보현산 천문대로 가는 길이 옥간정 뒤로 새로 나서 정자가 길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다.옥간정은 훈수와 지수가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하여 1716년에 세운 정자로 정면 3칸, 측면 4칸 반의 ㄱ자형 누각樓閣 건물이다. 정자에 들어서면 정자 앞으로 목련, 은행나무, 느티나무, 탱자나무 등을 심어 정원을 잘 가꾸어 놓았다.정자 오른쪽 앞에는 3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있는데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옥간정 앞으로 비스듬히 흐르는 횡계는 이 지점에 이르러 굽어 돌며 작은 소沼를 이루고 흘러간다.시내 건너편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있는데 바위에 ‘제월대霽月臺’, ‘광풍대光風臺’, ‘지어대知魚臺’, ‘격진병隔塵屛’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옥간정은 시내와 바위, 그리고 나무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니 우리나라 원림 중에서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옥간정의 건물 구조를 살펴보면 지붕은 맞배지붕이고 정면 건물 오른쪽 중간의 숫기와에서 용마루를 뽑아 건물을 이어 단 형식이 특이하다.정면 건물은 가운데 마루를 두고 양쪽으로 방을 들였다. 마루에는 옥간정과 관련된 여러 시문을 적은 현판이 걸려 있어서 옥간정의 역사를 알 수 있다. ㄱ자형 건물은 모두 내부로 향하여 좁은 툇마루를 내고, 그것이 정면 건물 오른쪽 측면으로 연결된다.훈수와 지수가 옥간정에서 연구하려 했던 학문과 가르치려 했던 학문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국 송나라에서 발생한 신유학인 성리학이다. 이 가운데 염계濂溪 주돈이周敦 의 ‘제월광풍霽月光風’은 송나라 성리학 사상의 한 국면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훈수와 지수가 옥간정 바위에 ‘제월대’, ‘광풍대’를 새겨놓은 것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후학에게 이러한 사상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훈지 형제가 공부하고 가르치려 했던 ‘제월광풍’의 의미는 이들이 지은 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훈수와 지수는 시「제월대霽月臺」에서 염계의 사상을 계승하려 하는 의지를 드러내었다.雨後天光淨 비 온 뒤에 천광이 깨끗하니臺邊月色新 제월대 가에 달빛이 새롭네濂溪千載意 염계가 가졌던 천년 뜻을料得更誰人 어느 누가 다시 헤아릴까29)비 온 뒤에 깨끗한 하늘에 솟아 오른 달빛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천 년 전에 염계가 가지려 했던 마음이다. 이 마음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마음이니 청정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은 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러기에 훈수와 지수는 어느 누가 이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하고 물었다. 이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물은 말이다.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어떠한 환경에서도 물들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염계가 그토록 염원했던 청정한 정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정신세계에 이르기 위해서, 그리고 이러한 세계를 이루기 위해서 훈수와 지수는 옥간정을 지었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훈지 형제는 이러한 청정한 세계에 이르기 위해서 고인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시「광풍대光風臺」에서 이러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臺柳吟邊綠 광풍대 버드나무 내 곁에 푸르고光風面上吹 광풍이 얼굴 위에 불어오네自家理會處 자신이 이해한 것들은要向古人知 고인이 알았던 것이네30)광풍대의 버드나무가 푸른빛을 내고 광풍이 얼굴 위로 불어왔다. 푸른빛이 사방에 펼쳐지는 가운데 맑은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얼굴 위로 불어오는 이 상황은 티끌만한 인욕도 존재하지 않는 청정한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경지이다. 그런데 불가에서 이러한 세계는 스스로 깨달아 이를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면 이를 수 있는 세계라고 보았다.훈수와 지수는 이러한 세계로 빠져 드는 것을 경계하였다. 맑은 햇살과 시원한 바람 같은 청정한 세계에 이르기 위해서 고인의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성현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진리를 얻을 때만 진정한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그래서 자신이 이해한 것들이 고인이 알았던 것이라고 하였다. 훈수와 지수는 자연의 이치를 궁구하는 일에 매진하였는데 시「지어대知魚臺」에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濠上觀魚樂 물 위에서 물고기 바라보는 즐거움千秋知者誰 천 년의 세월에 아는 이 누구인가兩忘亦不可 둘이 잊는 일을 또한 할 수 없으니魚樂我能知 물고기 즐거움은 내 능히 알겠네31)훈수와 지수는 옥간정 앞을 흐르는 횡계에서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물고기의 즐거움을 관조하였다. 훈지 형제는 천 년의 세월에 이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 이가 누구인가 물었다.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의미로 보인다.물고기가 물살을 따라서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훈수와 지수는 천리가 유행하는 현상을 보았고 이것을 물고기의 즐거움으로 표현하였다. 물고기가 물 위로 뛰고 솔개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천리가 유행하는 모습이다. 훈지 형제가 이 굽이에서 이르고자 한 것이 바로 이러한 경지였다. 따라서 훈수와 지수는 이 굽이를 인간 세상의 티끌이 이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였다. 시「격진병隔塵屛」을 살펴보자.沿溪周屈曲 시내 따라 굴곡을 두르고矗矗翠屛開 우뚝 솟은 취병이 열리네城市風塵漲 성시엔 풍진이 넘쳐나는데回頭隔幾廻 머리를 돌리니 막힘이 얼마인가32)옥간정이 자리한 횡계구곡 제4곡은 시내가 굽이지는 공간이다. 그리고 시냇가로 우뚝 솟은 푸른 바위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공간이다.따라서 저자에는 풍진이 넘쳐나지만 이 굽이는 둘러있는 바위 병풍으로 티끌이 접근할 수 없다고 여겼다. 따라서 둘러있는 바위를 ‘격진병’이라 하였다.각주)28) 1992년 7월 18일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270호로 지정되었다.29)『塤篪兩先生文集』 卷2 「詩」 <溪莊四十詠>30)『塤篪兩先生文集』 卷2 「詩」 <溪莊四十詠>31)『塤篪兩先生文集』卷2 「詩」 <溪莊四十詠> 32)『塤篪兩先生文集』卷2 「詩」 <溪莊四十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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