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텔레비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음식과 관련된 것이다. 맛집 소개와 아울러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장면. 이른바 ‘쿡방’과 ‘먹방’이 대세인 시대다.사실 텔레비젼은 시청률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의 높낮이에 의해 광고수입과 프로그램 존폐가 좌우되기 때문이다.먹방이 대세인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먹는 일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음식의 양에 관심이 많았던 배고팠던 시대를 지나, 품질과 맛을 따지는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식생활의 서구화나 경제 성장 등으로 이미 우리는 음식의 풍요를 넘어 지나치게 많이 먹으며 살고 있다.약간의 논리 비약을 더하면 먹방 컨텐츠들이 끊임없이 식욕을 자극한 결과 ‘비만’이 국민건강의 주적인 시대가 됐다. 공중파나 종편에 1인 미디어인 유튜브까지, 시간도 낮은 물론 야심한 밤까지, 본방송으로는 모자라 재방송까지 마구잡이 대놓고 먹방을 해댄다.출연자들은 아주 요란스레 먹어대며 우리의 잠재된 식욕만 자극할뿐 사실 그들중 누구도 ‘과식하라’는 소리는 안한다.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식재료 생산의 문제를 보자. 식재료로 쓰이는 농축수산물의 생산과정과 역사는 또다른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글로벌화 된 식재료에는 GMO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별로없다.밀식 사육에 동물복지는 사라지고, 온통 중금속이 든 사료먹고 자란 고기들 뿐이다. 그렇게 자란 식재료를 취식하며 우리는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다.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환경문제다. 음식물 쓰레기는 철철 넘치고, 배달음식의 급증으로 일회용 용기의 남발에 따라 비닐과 플라스틱은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 거기에 이젠 식량안보의 중요성까지 따져봐야 하는 시기가 됐다. 이런데도 우리가 먹방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 들여야 하나.지난해 연말 중국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회가 이른바 ‘음식 낭비 금지법’ 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을 때 ‘아 ~ 역시 중국은 이런걸 잘하네’라고 생각했다.음식 낭비 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과도한 식사와 음주 관련 방송이 금지돼 이른바 ‘먹방’에 대해 최대 10만 위안, 우리 돈 약 천7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손님에게 음식의 양을 사전 설명해 분량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음식을 남기는 손님에게 추가 요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중국에서는 연간 3천 50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고, 중국 내 전체 식량 수확량의 12%가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이제껏 아무런 제제도 없다. 국민건강 뿐만아니라 식량생산, 음식물 쓰레기, 환경문제 등을 미루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 내지 책임회피 아닌가 생각해 본다.먹방이 없을 때도 우리는 무언가를 먹고 살았다. 보릿고개에 열무김치 비빔밥으로 대표되는 소박한 음식. 대접에 뜨거운 보리밥 퍼담아 그 위에 어린 열무김치 듬뿍 얹고 찐 된장과 고추장 한 숟갈 넣어 쓱쓱 비빈다. 참기름 한 방울 떨구면 더 좋고, 입안에 들어가면 다 씹기도 전에 목구멍을 넘어간다.그 시절은 식재료를 비롯해 음식 먹는 방식까지 모든게 지금보다 소박했다. 풍류와 안빈낙도를 꿈꾸던 과거 조상들의 소박함이 현재는 먹방의 위력에 밀려났다.먹고 살만하게 되면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망이 지나치고 도를 넘으면 재앙을 맞을 수도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인류의 종말을 겨누는 여러 요인중에 코로나19 같은 몹쓸 바이러스도 있지만 인류문명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생태계 붕괴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본래 자연 생태계는 일부 훼손돼도 스스로 회복하는 힘이 있지만 견디는데도 분명히 한계는 있을 것이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이제 곧 설이다. 역병으로 아들, 딸 오지 말라는 서글픈 명절을 맞지만 소박한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건강은 누가 챙겨 주는 것이 아니니 천박한 식문화에 둘러싸인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채널을 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