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 지역을 덮친지 1년을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이고 언제쯤 종식의 날이 올지 기약도 없다. 마스크가 우리 소중한 표정을 덮었고, 벗는 날은 기약이 없으니 이제 남은게 악밖에 없다는 우스개 소리마저 나온다. 얼굴은 사람 앞면의 눈이나 코, 입이 있는 부분을 말한다. 이 얼굴은 우리의 표정을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마음상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얼굴 표정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괘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말한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버리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다. 사람은 말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이나 동작 또는 몸짓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한다. 따라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그 위로 빼꼼 드러난 표정으로 아주 초보적인 의사소통 정도야 가능하겠지만 깊이 있는 의사소통은 할 수 없게 된다. 코로나19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우리 마음속 표정까지 빼앗아 가버렸다. 그리고 소소하되 확실하던 행복들마저 마스크에 덮인지 1년여, 코로나 바이러스는 행복이냐 불행이냐의 차원을 넘어 이젠 소시민들의 생존까지 뒤흔들어 놓고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일일 뿐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씨앗은 흙을 만나야 싹을 틔우고, 고기는 물을 만나야 살지만,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서로서로 기대어 도움을 주고 받고, 인연을 맺고, 가정도 이루고, 행복을 누리며 산다. 이처럼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속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삶을 영위하는 존재다. 또한 그 희노애락도 혼자만의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루는 기쁨을 얻는다 해도 그 순간 축복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만의 기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끝없이 관계 맺고 푸는 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오기전, 즉 마스크를 쓰기 전에 우리는 말과 몸짓과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그것이 일상이었고 우리는 그것이 그렇게 소중한 줄도 몰랐다. 이제는 안다. 디오게네스의 햇살처럼 늘 그 자리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소중한 것들이 이처럼 절실해지고 나니, 그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구나 싶다. 지난 1년간 우리 입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 코로나는 원래 태양의 다른 이름이다. 돌아보면 과욕에 쓰지 못할 물건을 지나치도록 만들고, 다 쓰지도 못하고 죽을 돈을 벌기위해 브레이크 고장난 열차에 욕망을 싣고 달리며 질주를 거듭했다. 지금 사회적거리두기 앞에서 비록 가난했지만 서로 거리없이 살던 그 때가 사무치게 그립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입에 마스크를 끼고 사는 신인류로 변종되었다. 우리가 신인류가 되고는 표정잃은 괴물이 된 듯하다. 말로는 의사소통이 되지만 표정없는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괜스레 사람과 사람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고, 거기에 ‘사회적거리두기’까지 해야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답답함은 스트레스가 되고 상실감과 사회적 고립감에 심리적 갈등까지 진화한다. 심지어 모든 일에 의욕을 상실해 여러 정신 질병마저 유발할 수도 있다. 얼굴을 가리고 눈만 보이니 누구인지 잘 알 수도 없다. 게다가 모자라도 하나 눌러쓰면 더 깜깜하다. 마스크만 벗는다면 금세 알아볼 반가운 얼굴인데 무표정으로 서로 한참을 쳐다보며 탐색기를 거쳐야 한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도 있다. 이렇게 답답한 마스크를 벗을 날도 우리가 하나같이 뜻을 모으면 결국은 오고야 말리라. 비는 반드시 그치게 돼있고,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단단해지듯, 아픔은 상처를 남기지만 상처는 아물면서 새살을 돋게 한다. 새살 돋고 일상을 다시 찾는다면 우리의 표정 또한 해처럼 다시 밝아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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