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려온 소식중에 가장 흐뭇한 뉴스가 ‘돈쭐’ 이야기였다.
내용인즉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대가 없이 치킨을 대접한 치킨 체인점 ‘철인 7호’의 서울 마포구 홍대점 점주가 누리꾼들의 주문 폭주로 결국 영업을 중단했다는 소식. 치킨은 먹지 않으면서 돈으로 보내는 이른바 ‘돈쭐’(돈+혼쭐) 작전에 주문이 쇄도했고, 점주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영업중단까지 했다.
편지를 쓴 형이라는 학생의 이야기가 웃픈 사연이라 가슴이 뭉클하다. 일곱 살 차이 동생과 함께 들어간 치킨집에서 5천원 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주인이 들어오라고 했고, 그러긴 했지만 치킨의 양이 너무 많아 혹 사장이 잘못 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단다.
게다가 비싼거 주고 어떻게 해서든 나중에 돈 더 받아내려고 이러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치킨을 다 먹고 동생 손잡고 도망갈려고까지 생각을 했는데 공짜로 주더라는 이야기다.
또 있다. “편의점에서 저희 작은아들 먹을 것을 사주신 여학생을 찾습니다.” 여학생을 애타게 찾는 한 어머니의 글도 훈훈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이 엄마는 남편과 사별후 전에 살던 지역에서 작은 아들이 가난하다고 또래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자 이사를 했고, 빚더미에 떠안겨 하루 벌어 하루를 살고 있었다.
편의점에 간 아들이 먹고 싶었던 거 여러 가지를 샀지만 돈이 모자라자 옆에 있던 여학생이 돈을 대신 내줬던 모양이다. 그 엄마는 SNS로 여학생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월급이 나오면 만나서 돈을 갚겠다며 글을 맺었다.
이 두 글을 읽으며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아직 시퍼렇게 살아 사람들 대다수가 실의에 빠진 가운데 듣는 반가운 소리라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이런게 바로 사회 분위기 안 좋을 때 마음 따뜻해지는 기적 같은 내용이다.
고마움을 표현한 사람과 도와준 사람이 어린 학생이라는데 놀랐다. 학생과 어린아이 가족들의 모든 슬픔과 힘든 부분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응원의 댓글도 많이 보았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이 모두 세상을 따뜻하게 밝혀주고 빛내는 숨겨진 보석 같은 존재다. 아마 이들은 날개가 감춰진 천사인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이야기는 경기도 하남이라고 돼 있던데 언젠가 아니 조만간 우리 영천에서도 이런 기사가 쏟아질 것을 믿는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두 달을 넘어 3월에 접어 들었다. 올 한해동안 우리 영천시민들도 나만 잘 사는 세상을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 사는 세상, 지역내 모두가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강조하는 말이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요, 우리 사는 사회는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다. 그래서 혼자 즐거울 일은 일시적인 것일 뿐이지 오래갈 일이 아니다.
공동체란 그 속에서 정당하게 노력해 벌고, 힘 없고 백이 없어도 마음놓고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또 구성원들이 돈이나 권력에 매달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며 양심에 거리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아야 된다.
좁은 지역이지만 문제 생기는 곳의 이면에는 언제나 돈 아니면 권력의 욕심이 숨겨져 있다. 사람이 돈이나 권력을 좇고 그것을 큰 가치로 여긴다면, 그건 곧 제 죽을 줄 모르고 불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부나비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권불십년이고 화무십일홍이니 모든 것이 다 한때요,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 그것만 깨닫는다면 이 세상 무슨 미련이 있겠나.
우리중에 누구라도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위에 나온 사람들처럼 따뜻한 정을 가지고 있는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함께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가졌을 때 비로소 그 따뜻한 정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생동하는 춘삼월, 이 화창한 새봄처럼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정이 우리 가슴에 파릇파릇 돋아나 꽃 피울 것을 믿는다. 비록 지금 우리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도 이런 이야기가 있어 행복하고, 이런 해피 바이러스가 파도처럼 넘치고, 이런 사람들이 많아 진정 살맛나는 세상이다. 그들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