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혹은 이해상충은 사익이 공익 또는 조직의 이익과 충돌하는 상황을 말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해충돌도 증가하지만 덩달아 그에 대한 사람들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예전엔 ‘그럴 수도 있지’ 하던 일들이 이제는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 됐다.
예를들면 이렇다. 영천시의회 의원 가족이나 친인척이 길이 없는 곳에 땅을 사놓고 그쪽으로 길을 내자고 우기면 이해충돌이다. 공사를 발주하는 공무원이 친인척에게 관급공사를 발주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몇 년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손혜원 전 국회의원과 조카 등이 전남 목포에 부동산을 매입해 놓고 이 일대를 ‘문화재 거리’로 만들자고 했다가 논란이 됐다.
지난해는 국토위 소속 박덕흠 국회의원이 자신의 감사를 받는 기관들로부터 2,300억원의 공사를 수주해 정치권에서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대표적인 이해충돌이다.
따지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재산상의 권리나 이익을 취하거나 남에게 취득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 모두 일련의 이해충돌이다. 고위직 공무원을 지내거나 공공기관 출신 인사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사기업체에 들어가는 일도 이해충돌의 범주에 들어간다.
실제로 이해상충이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 이슈가 되고 있는데도 이것과는 아예 담을 쌓고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야기다.
LH 일부 직원들이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친지를 동원해 신도시 예정지역에 땅을 샀고 묘목까지 심어 많은 보상을 기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손사레처럼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라면, 모두가 미래를 내다보는 대단한 예지력을 가졌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겠다.
지난해 12월에 취임해 채 석달을 못채우고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LH사장 재직 당시 경남 진주에 옮겨가 있는 LH 본사에 한달 평균 7일정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국회가 있는 서울이나 국토부 등의 주요 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에 일상으로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이 정부들어 수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하나 안정시키지 못하고, 버젓이 땅투기가 이루어지는 이유가 다 있었다.
지역에도 작지만 비슷한 의혹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느 시의원은 이달 초 한 언론이 땅투기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고, 어느 공직자는 야사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내에 땅을 사두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본래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 기본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해상충의 갈등 상황이 되면 이를 피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마라’는 말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식의 선택지를 쥐는 순간 바로 비윤리적인 사람이 된다.
모든 자리나 지위에는 그만한 무게가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공직자라면 더 그렇다. 대출까지 받아 땅을 살때는 값이 오를 것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일임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평생을 뼈빠지게 고생하며 모아 집 한 채 마련하고, 땅 한평 가지려는 사람들의 꿈을 생각한다면 그런 투기적 행동은 서민의 꿈을 짓밟는 범죄고 사회와 나라를 망치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들은 사회를 좀 먹는 존재일뿐,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데는 큰 걸림돌이다.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투기로 내 배만 부르면 다라는 의식이 만연하다면 사회 발전은 백년하청이다. 원한다고 모두가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특별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딱히 이해충돌을 거론하지 않아도 공직자라면 청빈을 교훈삼아 스스로 시민들을 위한 봉사자가 돼야할 것이다.시민들의 눈높이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악을 눈앞에 보면서도 방관하고 외면하는 일은 결국 악의 편이다.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 암암리에 이뤄진 정치인과 공직자의 땅투기는 분명히 공직자 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이고,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위반에 해당된다.
2013년에 처음 발의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달려있으니 국민들이 눈총을 줘도 아직까지 만들지 않은채 뭉개고 있다.
법이 틀렸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공론화해 바꿔야 된다. 권력이 있다고 해서 실행해야 할 법을 무력화한다면 거기는 무법의 사회다. 주제넘은 바램이지만 땅투기로 번 돈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부당이득 환수가 답일테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제대로 된 법을 만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