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가운 한낮 농촌 들녘에 농작업이 한창인데 부부 등 주로 가족단위로 영농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이달 말쯤 마늘 수확철이 되면 1년 중 가장 바쁠 때인데 농촌 들녘의 일손부족 현상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일손을 도울 마땅한 인력이 없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촌은 이미 노인들만 남아 평균연령은 70세 이상에 고령화되고, 부녀화 됨에 따라 본격적인 영농기만 되면 일손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숙제지만 내국인들은 사실상 힘든 농촌의 일에 아예 관심조차 없다.
내국인들이 하던 일자리를 대신하며 농촌인력의 한 축을 이루던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코로나19 여파로 1년 이상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된 상황이다.
이에 지역을 비롯한 이웃 도시들의 인력 용역업체들도 거의 전쟁 상황이다. 게다가 매년 조금씩 힘을 보태던 군부대 대민 지원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끊기면서 지역 농민들의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영천시가 운영하는 인력지원센터에는 관내와 관외 인력을 합해 약 2000명 정도가 등록이 돼있지만 실제 가동 가능한 인력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시 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5월말부터 시작해 20여일 남짓 이어지는 마늘 수확기에 우리시가 필요로 하는 인력이 대체로 3000여명 정도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인력으로 수확기를 맞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마저 우리보다 남쪽인 창녕의 농가가 한 며칠 수확을 일찍 시작하면 그쪽으로 몰려가서 다시 올라오지 않아 남은 인력으로 수확에 들어갈 경우 인건비가 올라가는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라는 것.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농업기술센터도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우리시 인근의 대구와 포항 등 도시 유휴인력 유치에 팔을 걷어 부치고 차량이나 교통비 지원 등을 약속하며 그야말로 인력 모시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마늘 수확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 그늘 한 점 없는 뜨거운 햇살 아래서 하는 작업이고, 먼지가 펄펄 날리는데다 힘에 겨운 고강도 작업이라 농가일 중에서도 3D에 속하다 보니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일이라 선뜻 응하는 이들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결국 돈이다. 내국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미 입국해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기네들끼리 담합해 스스로 몸값을 올리려는 시도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를 약하게 주는 농가에는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바쁜철에는 부지깽이도 거든다는 옛말이 있다. 많은 시민들과 사회봉사 단체들이 자발적인 참여로 일손돕기 지원에 나서 어려움을 나눴으면 한다. 물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한시적으로 농번기인 만큼 활동무대를 하루쯤 농촌으로 옮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에겐 어려울 때 힘을 함께 모으는 DNA가 있다는 자긍심을 다시금 일깨울 때다.
이런 상황에 일부 농민들이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농촌 일손돕기에 나갈 경우 일당에서 추가로 1만원씩 한시적으로 지원하던 것을 빌미삼아 행정에서 인건비를 올려놨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며 올해도 인건비 상승분만큼의 추가 금액 지원을 요구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빌미를 제공한 행정의 접근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지만 지금 와서 인건비 상승분을 부담하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어려움을 알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