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이재용 부회장 사면 이야기가 좀체 숙지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차명 재산 중에서 누락된 세금 등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한 지 13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살다 그는 이제 세상을 떠났고, 그가 지키지 않은 약속을 유족들이 뒤늦게나마 이행하려고 상속세로 12조원을 납부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체 높으신 분들이 한 약속은 상식선에서 꼭 지키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들의 상식적인 약속은 늘 풍선껌이었을 뿐이고 안은 꼼수와 거짓말이었다. 냉소적인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이 ‘토끼고기 햄버거’를 팔고 있었는데 손님이 순 토끼고기냐고 물으니 말고기를 약간 넣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어떻게 섞었느냐고 다시 물으니 일대일 비율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손님이 다시 일대일이라면 똑같이 1kg씩 섞었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는 그건 아니고 각각 한 마리씩 섞었다고 털어 놓는다. 자 이건 토끼고기 햄버거인가, 말고기 햄버거인가. 과자봉지에 질소를 잔뜩 충전해 과자 양을 줄이면서 어린애 가슴에 멍을 심는 과자공장이랑 뭐가 다른가. 이런 꼼수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이 우리 사회에 몇 곳 있다. 먼저 중고차 매매업소. 거기는 항상 ‘좋은 매물이 있으니 일단 방문할 것’을 권유한다. 고객은 사전 문의하는 과정에서는 매물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기대감에 소다를 잔득 넣은 밀가루 빵처럼 마음만 부풀어 찾아 가지만, 막상 매장에 직접 방문해보면 해당 조건의 차가 없는 경우가 많다.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물이 있다고 속인 뒤, ‘이미 차가 팔렸다’거나, ‘차 주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들어 다른 차로 유도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그다음 부동산 중개업자. 그들은 매매자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는 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속하고 확실한 거래를 위해 지금이 아니면 좋은 매물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어제 집 보고 간 사람이 오늘 계약하러 오기로 해서, 거래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가계약을 하는 것이 좋다”라고 권유한다거나, “이 가격에 이 정도 되는 곳은 없어서 금방 나갈 것”이라고 부추기는 말을 한다. 다음은 정치인이다. 사실 맨 먼저 예를 들고 싶었지만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그들의 처신은 태산 같은 무게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지만 그들이 하는 거짓말은 때에 따라서 정말 치졸하고 비겁해서 입에 올리기도 역겨운 파렴치 그 자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은 자가 시정의 장삼이사 잡배들 보다 못한 언동에 국민들은 정말 충격과 실망이 너무 클 때도 많다. 그래서 이 정도만 해둔다. 앞서 이야기한 삼성가의 상속세 이야기는 삼성 측에서 한 말처럼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이지 반도체 패권과 엮어 수감된 이재용 부회장을 구하는 수단이 된다면 이것 또한 꼼수다. 그는 대한민국의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일진대 다시 이 사회를 꼼수와 거짓말이 횡행하는 퇴행적 과거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날카로운 공정의 잣대와, 공익을 위한 정의만이 필요할 뿐이다. 현시점에서 ‘닥치고 사면’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의 뜻을 벌써 잊은 무뇌충들인가. 만일 이 부회장을 사면한다면 우리사회 법 앞의 평등이 또 한 번 무너져 내린다고 분노하고 좌절하지 않을까. 조국 전 장관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 인사들을 ‘내로남불’이라며 그렇게도 격하게 비난하던 보수진영의 이율배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치는 날이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지역만 해도 내년 지방선거가 조금씩 가까워 오니 서로를 경계하는 눈빛들이 예사롭지 않으니 걱정스럽다. 기우나 노파심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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